농협 야구단 인수 논란 유감
농협 야구단 인수 논란 유감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1.26 00:00
  • 호수 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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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철 우
여의도통신 논설위원
전 국회의원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농협중앙회가 결국 현대프로야구단 인수계획을 철회했다는 소식이다. 그렇다고 농협을 향해 던져졌던 수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한국의 농촌과 농업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고령화, 한미FTA, 농가부채 등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농업과 농촌의 위기는 곧바로 한국인의 삶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개방화라는 물결 속에서 국민의 삶의 질을 지켜내고 농업인들도 그들의 가치를 찾아야 하는 절박한 시기다. 그런 점에서 난데없이 프로야구단 인수가 농협의 중요한 사안이 된 것은 블랙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농협은 농민조합원이 그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지금 농촌의 붕괴로 대다수 회원조합이 적자경영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각종 부채상환에 허덕이는 농민들의 원성은 농협으로 향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프로야구단 인수계획은 따라서 농협 내부의 정서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었다. 

사실 농협은 주제파악부터 제대로 해야 했다. 농협은 지금 농협법 개정에 따른 신경분리나 경제사업 활성화 대책 그리고 농업과 농촌 리모델링의 주체로서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을 강행해도 시원치 않을 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야구단 인수라는 뜬금없는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백번 양보하여 2백억원의 인수대금과 매년 1백억원 이상 적자를 감수하면서 야구단을 인수했다면, 과연 농협에 얼마나 이익이 됐겠는가? 현대라는 재벌기업도 더 이상 그들의 홍보를 위해 그 많은 적자를 감당하기엔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매각하려던 것이 아닌가? 농협은 프로야구단 운영이라는, 재벌기업도 포기한 홍보마케팅에 대한 과욕을 버리고 농민과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얼마든지 있음을 알아야 했다.

농협은 경제사업의 적자를 신용사업의 수익으로 메워 농민을 위한다는 농협 경영을 최대의 정체성으로 내세워 왔다. 그런데 이제 프로야구까지 신용사업으로 먹여 살리려고 했었다는 말인지 묻고 싶다. KBO에서 농협이 인수하지 않으면 프로야구팀 하나가 없어지는 절박한 시점이라고 호소하지만, 그것은 지금 농민의 절박함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아직 우리 농민들과 그 농촌에 뿌리를 둔 국민들은 농협을 단순한 은행이나 대형 마켓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도시인들도 농협은 자신을 길러준 고향이자 농촌, 나아가서는 이 나라의 뿌리를 지켜주는 독특한 금융네트워크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애정과 기대를 프로야구단 인수라는 방법으로 저버리기에는 그 발상이 너무도 어리석었다. 농협이 농심을 떠나 재벌 흉내를 낸다면 그것은 당장은 기분 좋을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 농협도 그 야구단처럼 누군가에게 매각을 기다리는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농협은 단순한 기업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 농협이 안고 있는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농민과 국민의 애정이 조금이라고 남아 있을 때 미래를 준비하는 데 노심초사해야 할 것이다.

농협 마크는 ‘항아리에 쌀이 가득 담겨 있는 형상’을 가지고 있다. 이는 농협이 조합원들을 잘 살게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협은 그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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