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의 날개 없는 추락
미국 달러의 날개 없는 추락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2.09 00:00
  • 호수 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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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순
인간개발연구원 명예회장

- 필자소개: 1928년 강원 강릉 출생,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장,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한국은행 총재, 초대 민선 서울시장, 인간개발연구원 명예회장(현) 

- 월 1회 소개하는 이 칼럼은 본지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여의도통신의 활동 취지에 공감을 표한 필자와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의 동의를 받아 게재합니다. 이 칼럼은 인간개발연구원이 발간하는 월간 회보에도 실립니다.

<편집자>

최근 보도에 의하면, 마틴 펠드스틴 교수(레이건 대통령의 경제고문단 의장이었고, 미국경제연구소 소장, 하버드대학 교수)는 미국의 달러화 가치가 앞으로 10년 동안 약 20% 정도는 더 떨어진다고 했다. 전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지난 유로화가 나온 이후로 지금까지 달러가 유로에 비해 약 30% 정도 떨어진 것을 생각하면, 펠드스틴의 견해는 오히려 보수적인 것 같다.

일국의 화폐가치를 결정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그 가치의 변동 방향을 점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장기적인 추세를 알기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펠드스틴이 말한 대로 달러의 가치는 장기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를 면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 미국의 쓰임쓰임이 너무 헤프기 때문에 달러가 줄곧 외국으로 나가고 있는데, 외국자본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액수가 그것을 보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어디에다 그렇게 많은 돈을 쓰는가. 우선 소득에서 차지하는 개인의 소비가 너무 많아서, 개인 저축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지난 수년간의 국민계정을 보면, 가계부문의 소득이 늘지 않고 있는데 소비성향은 줄지 않고 있다.

거기에다가 국방비가 엄청나다. 끊임없이 신무기의 개발과 우주항공산업 등에 엄청난 돈을 들이고 있다. 21세기에 접어들어 이른바 ‘신보수주의(neo-con)’라는 이데올로기가 미국의 경제정책 및 대외정책의 기조를 이룸에 따라, 달러를 쓸 일이 더욱 많아졌다. 특히 2002년에 아프가니스탄전쟁, 2003년에 이라크전쟁을 시작한 후로, 미국은 쓰임쓰임이 늘어서 강한 달러를 유지하기가 불가능하게 됐다.

어떤 나라를 막론하고 자국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화폐가치의 하락은 그 나라 경쟁력의 하락을 의미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로서, 항상 ‘강한 달러’를 유지하는 정책을 써왔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은 당시의 흑자국인 일본의 엔화를 절상시킴으로써, 달러화의 절하를 막았다. 지금은 그런 수단이 먹힐 수 없다.

앞으로 달러의 하락에 제동이 걸리자면, 미국의 정책이 달라져야 한다. 그런데 곧 달라지리라고 확신할 수도 없다. 부시는 작년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후로 이라크전쟁에 관해 정책기조의 변경을 시사했지만, 결국 미군을 증파하는 결론을 내렸다. 부시의 오기가 이라크전의 패배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외신에 의하면, 부시는 바그다드에 세계 최대의 대사관을 짓고 있다. UN 부지의 10배가 되는 면적에 요새와 같은 시설을 마련하고 인원도 세계 어느 대사관보다도 더 많게 배치하리라 한다.

이 대사관은 세계적인 명물이 될 것 같다. 민주당 역시 지난번 선거에서 압승했다고는 하지만, 대외정책 기조를 크게 바꿀 것 같지도 않다. 부시정권은 민주당의 성향을 잘 알고 있다.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든지 간에, 지금까지의 거시, 미시, 그리고 무역정책 등에 대한 정책기조에 상당한 변화가 없는 한, 달러는 계속 하락 추세를 보일 것이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어 이라크로부터의 철군, 재정 금융의 긴축 및 신자유주의의 정책이 완화돼야 달러약세 추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다. 미국경제, 그리고 외교정책은 이래저래 엄청나게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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