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군수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2.16 00:00
  • 호수 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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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나소열 군수가 ‘장항산단 착공을 위한 대정부투쟁 비상대책위원회’가 주도한 상경집회에 참여했다. 군청 산하 400여명 공무원들도 자발적 참여라는 명목으로 출장을 달고 동참했다. 현행 공무원법에서는 공무원의 집단행동을 금하고 있다.

군수나 공무원들의 말처럼 서천군 최대현안 사업이 장항국가산업단지 착공이라 하더라도 이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유권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가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어떻게든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가진 이날 집회에는 공무원을 비롯해 군민 3,000여명이 참여했다. 류근찬 국회의원, 두 도의원과 군의원들이 참석했고, 충남도 김태흠 정무부지사도 참석해 서천군민들을 자극하는 격앙된 어조로 정부를 비판했다. 이처럼 장항산단 착공촉구 집회는 소위 관제데모로 치러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7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사람들이 비슷한 규모로 집회를 가졌고 군의회와 군은 ‘서천군 국책사업 유치 지원에 관한 조례’를 서둘러 제정해 당시 1억원의 집회 자금을 지원했다. 이번에도 비대위가 보조금 1억을 신청해 놓고 있으며 이변이 없는 한 또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서천 앞바다에 위치한 군산 비응도 핵폐기장 유치 반대투쟁 때 군이 1천만원을 지원했다. 어메니티 서천군정 비전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외는 군민성금 모금으로 충당했다. 일정부분 군의 협조가 있었지만 지극히 간접적이고 마지못한 협조였다.

결국 추진위에서 이장단협의회의 참여를 이끌어 냈고 방식도 주체도 모두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간조직이었다. 당시 류근찬 국회의원실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87%가 군산 비응도 핵폐기장 유치를 반대한다고 했다. 짧은 기간에 군민들의 마음이 모아진 것이다.

지금, 17년 째 ‘장항국가산단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은 지역정치나 경제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많은 군민들의 마음과는 달리 마지못해 함께 한다. 19세 이상 군민 48,600여명이 서명했다며 ‘군민의 뜻’이라 홍보하지만. 2006년말 19세 이상 인구는 51,300여명이니 95%가 서명했다는 이 결과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집회 때마다 군의 권력으로 읍·면에, 읍·면에서는 마을 이장들에게 몇 명씩 동원하라는 할당량을 주고, 비용은 몽땅 군에서 대준다. 이 것이 그 증거이다.

이번 집회에도 더러는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더러는 마지못해 갔다 왔노라고 고백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라 해도 음력 섣달, 한데서 많은 군민들이 고생을 했다.

경악스러운 것은 군민들을 억지로 동원해 추운겨울 서울한복판에서 떨게 한 그 날, 서천군청에 남아있던 부군수를 비롯한 공무원들의 행태이다. 따뜻한 방에 앉아 점심에 반주를 한잔씩 걸치고 눈치 볼 사람 없겠다 컴퓨터 게임이나 하고 낮잠이나 잤으니 말이다.

게다가 어느 부서는 아예 문을 닫아걸고 이를 취재하는 기자에게 폭언하고 이게 지금 장항산단이면 모든 것을 용서하는 나소열 군수가 이끄는 서천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군수는 장항산단 외의 민원이 자질구레한 사안으로 보이겠지만, 어떤 주민들에게는 전부가 걸린 일이다. 군수의 본연의 임무는 군민들의 복리증진에 있다는 것과, 군민 모두가 장항산단 하나로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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