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규칙
게임의 규칙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3.02 00:00
  • 호수 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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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환 여의도통신 대표기자
학생 시절 레크레이션을 할 때 빠지지 않던 것 중의 하나가 ‘의자 뺏기’ 놀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예컨대 사람이 20명이라고 하면, 의자 10개를 준비한다. 그리고 모두들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둥그렇게 돌다가 호루라기를 불면 일제히 의자에 앉는다. 당연히 10명은 의자를 차지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탈락한다. 그렇게 의자가 5개, 3개로 줄어들다가 마지막 1개가 남으면 ‘최후의 승자’가 가려진다.

여기까지는 학생 시절을 거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해보는 것은 어떨까. 사람 20명에 의자 10개를 준비하는 것은 앞과 똑같다. 그러나 원을 그리며 돌다가 호루라기를 불면 20명이 10개의 의자에 다 앉으라고 한다. 다음에는 의자를 5개로 줄이고 20명이 다 앉으라고 한다. 그렇게 의자가 3개, 1개로 줄어들수록 아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그렇다면 하는 김에 이런 방식으로 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선 마지막 남은 1개의 의자마저 치워버린다. 그리고 20명이 노래를 부르며 돌다가 호루라기를 불면 의자도 없이 앉으라고 한다. 한참을 떠들고 웅성거리다가 어떤 녀석이 자신의 무릎을 내어주고 앞 친구에게 앉으라고 한다. 모든 친구들이 자신의 무릎을 내어주고 또 친구의 무릎에 앉는 방식으로 둥글게 모양이 완성되자 일제히 ‘환호성’이 터진다.

앞에서 소개한 내용은 충남 홍성에 있는 풀무학교(정식 명칭은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가 최근 발간한 <풀무청소년특강1>(그물코) 중에서 대학 강사 김종수 씨의 강연 일부를 필자가 재구성해본 것이다(114~115쪽 참조). 그런데 그가 놀이를 마친 아이들에게 의자가 하나 남을 때까지 생존(?)한 친구의 특성을 말해 보라고 했다니 이런 답변들이 돌아왔다. “잽싸다” “힘세다” “눈치가 기막히게 빠르다”라는.        

바야흐로 대통령 선거라는 본선(本選)을 앞두고서 각 정당이 대통령 후보 경선이라는 예선(豫選) 준비로 여념이 없다. 특히 여당 의원들의 집단탈당으로 원내 1당의 자리에 올라선 한나라당은 예선의 시기와 방식을 두고 경선 주자 사이에 냉기류마저 흐르고 있다. 예선만 통과하면 본선은 따 놓은 당상으로 여겨지는 상황인지라 ‘게임의 규칙’에 대한 신경전은 그래서 치열할 수밖에 없다.

경선 시기를 현행 규정대로 6월로 할 것인가, 여권 후보가 선출된 후인 9월로 늦출 것인가? 선거인단 수를 현행대로 4만으로 제한할 것인가, 차라리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할 것인가? 경선인단 비율을 규정대로 대의원20%+당원30%+일반국민30%+여론조사20%로 유지할 것인가, 일반국민의 참여폭을 더 넓힐 것인가? 후보등록 시기를 4월 중하순으로 할 것인가, 3월 말이나 4월 초로 앞당길 것인가?

각 경선 주자의 처지에 따라 ‘게임의 법칙’에 대한 입장은 묘하게 엇갈린다. 비유를 들자면, 레슬링과 이종격투기 중 어떤 종목으로 대표선수를 가릴 것인지 논쟁하는 것과 같다. 문제의 복잡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레슬링도 자유형과 그레코로망형으로, 이종격투기도 K1과 프라이드로 나뉘지 않는가. ‘최후의 승자’가 없어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거나 ‘환호성’을 터뜨리는 ‘게임의 법칙’은 정녕 동심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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