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여기서도 저기서도 “산업단지”
박근혜, 여기서도 저기서도 “산업단지”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3.16 00:00
  • 호수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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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특별법안 동의 서명, 장항산단 대선공약 운운
선거공약으로 태어난 대형토목공사 국민혈세만 낭비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토목사업은 대부분 선거 때마다 표심을 잡으려는 정치인들의 선심성 개발공약에서 비롯되었다. 새만금간척사업이 그 대표적인 예이며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지방공항 건설사업이나 고속철도, 행정수도 이전 등도 선거로 인해 태어났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경선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행보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러한 개발공약이 되풀이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공약사업으로 시작한 대형토목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얼마나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지 지방공항과 새만금사업 중심으로 알아본다.<편집자>

▲ 지난 8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장항읍 장암리를 방문. 장항산단 현황을 듣고 대선공약화를 약속했다.<사진/이강선 객원기자> “요새 대한민국 정부는 밥 먹고 눈만 뜨면 하는 짓이 길 닦는 겁니다. 들판 가로질러서 어마어마한 고속도로 내고 포장도로 내고 웃기지도 않습니다. 이 고장을 가로지르는 구마고속도로 2차선을 4차선으로 만든지 얼마인데 또 원래 국도를 포장하고 나더니만 또 창녕군 온 들판을 가로질러서 마산으로, 부산으로, 대구로 4차선 도로를 닦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시멘트 콘크리트로 농지를 다 덮어버리면 나중에 농지로의 복구가 불가능합니다.”2003년 9월 창녕 공생농 두레농장에서 있었던 대구 한살림 천규석 이사의 강연 가운데 한 대목이다. 전국 방방곡곡 공통적인 현상이다. 과연 대한민국은 ‘토건국가’의 나라이다. 끊임없이 공사판을 벌여야 경제가 유지되는 나라가 돼버린 것이다. 지역개발 미끼 대규모 토목사업 이러한 대규모 토목공사는 대부분 지역개발을 미끼로 한 정치인들의 선거공약에서 비롯되었다. 이 가운데 대선 공약 차원의 수천억 원씩 들어가는 굵직한 토목공사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공항건설 사업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인천공항 15개 지방공항이 있으며 울진공항, 무안공항, 김제공항의 3개 공항이 건설 중이다.청주국제공항은 1983년 아웅산 사건 이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북한의 장거리포 사정거리 밖에 있다는 이 지역 국회의원의 말에 이끌려 처음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타당성 문제가 논란이 돼 흐지부지되는 듯했으나 대선 때마다 이 지역 표를 의식한 후보들이 ‘충청 지역발전’이란 거창한 명분을 앞세워 선거공약으로 내걸어 결국 3,20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1997년 4월에 개항하였다. 그러나 하루 이용객이 1,000명 안팎(연간 처리능력 299만명)에 그쳐 개점휴업에 들어갔고 개항 첫해 58억원의 적자를 낸 것을 시작으로 매년 50억원대의 손해를 보다가 최근 수도권과 가까운 잇점을 이용한 틈새시장의 공략을 발판으로 다소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3,567억원이 들어간 양양공항 역시 강원도 동해안 관광지를 국제규모로 개발한다는 취지의 대선공약으로 건설을 시작하여 동북아의 또 다른 허브(Hubㆍ중추)공항이라는 꿈을 안고 2001년 4월 개장하였다. 그러나 항공기 이착륙료, 계류장 사용료 등 각종 수입을 모두 합해도 한달 간 벌어들이는 돈이 2,500만원선에 불과, 월 3천여만원에 달하는 전기요금도 감당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6년에도 하루 평균 여객은 143명이었다.불필요한 공항건설 고속철도와 중복 국민의 혈세 380여억 원을 들여 기존의 청사를 증축하여 6년의 공사 끝에 2002년 12월 말 개항한 예천공항도 마찬가지이다. 개항 이후 하루 한편이던 예천∼제주 노선마저 2003년 11월 비수기를 맞아 운항이 전면 중단되면서 완전히 폐항이 되었다. “공항 갈 시간에 집에서 차 몰고 떠나지. 고속도로 만들 때 공항 짓는 걸 그만뒀어야 옳았어예” 예천시에 사는 주민들의 말이다. 예천공항 역시 80년대 후반 경북 북부지역 국회의원들이 ‘지역민들의 교통편의와 화훼단지 수출촉진 등을 위한다’며 하나같이 공항건설 공약을 내걸었었다.운항을 하고 있지만 다른 공항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15개 지방공항 중 김포 김해 제주공항을 제외하고는 모두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건교부는 무안공항, 울진공항, 김제공항을 더 짓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공약사업으로 3,164억원이 투입되는 무안공항은 승객처리능력이 청주공항의 1.6배(연 517만명)규모이며 사실상 공사가 끝나 2005년 개항 예정이었다. 하지만 “승객 수요가 부풀려졌다”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2007년으로 개항이 늦어졌으며 건교부는 이를 다시 2009년으로 연기할 방침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이미 설비를 완비했는데 앞으로 2009년까지 기다리면 사용해 보지도 못한 설비가 노후화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울진공항은 1996년부터 총사업비 1,317억원을 들여 울진군 기성면 일대에 56만평 규모로 지어 2005년 개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04년 6월 감사원 감사에서 항공수요 과다산정 등 문제점이 지적돼 마무리 설비 공사만 남겨놓은 공정률 84%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건교부는 고속철도와 도로 개통에 따른 이용객 감소를 이유로 2007년으로 완공을 연기했다가 다시 2008년으로 재조정했다. 거부하기 어려운 ‘정치논리’ 김제공항은 ‘전북발전을 앞당길 국책사업’이라며 96년 총선과 97년 대선을 거치면서 탄생하였다. 건교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이 “영호남의 공항숫자를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김제에도 공항이 필요하다”며 세게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김제시 백산면과 공덕면 일원 42만7,000평에 총사업비를 1,474억원이 들어가는 김제공항은 447억원을 들여 47만평의 공항부지를 매입했으나 아직 착공도 못하고 있다. 아무리 봐도 채산성이 없기 때문이다. 군산공항에서 전주까지는 2001년 고속도로 개통으로 불과 30분 거리이며 김제공항까지는 27km 떨어져 있다.“고속철도 개통으로 지방공항이 입게 될 영향을 분석했더니 대구와 김해공항은 승객의 65%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왔어요. 이를 각 지자체에 통보했지요. 하지만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대책을 세운 곳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이는 99년 당시 ‘지방공항 개발 중장기 기본계획’을 만든 건교부의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이미 고속철도 개통에 따른 항공수요의 감소를 예측하였지만 지방공항관련 담당공무원들이 ‘거역할 수 없는 정치논리’에 의해 묵살당한 것이다. 울진공항은 김중권 전의원, 무안 공항은 한화갑 의원, 그리고 김제 공항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거론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며, 실제로 이들은 90년대 총선 때마다 ‘지방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 2006년 말에 완공되었지만, 분양과 입주가 저조하여 황량함을 드러 내고 있는 군산 국가산업단지 전경. <사진/이강선 객원기자>
선거 직전에 급조된 새만금사업

1987년 12월 당시 노태우 민정당 후보는 선거를 불과 엿새 앞두고 새만금사업을 발표했다. 이 또한 호남지역 득표전략이었다. ‘호남 푸대접론’이 선거쟁점이 되자 공약을 급조했던 것이다. 그 규모면에서 개발에 목말라 하던 전북도민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환경파괴에 대한 검토나 여론수렴은 없었다. 

노태우 정권에서 나라살림을 맡은 경제 각료들은 이 사업의 시행을 반대하였다.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1991년 7월 제1야당이던 평민당의 김대중 총재와 노태우 대통령의 영수회담에서 김대중 총재가 지역의 숙원사업임을 내세워 사업의 시행을 강력히 요구하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여 이 해 11월 28일 성대한 기공식을 갖고 매년 예산이 투입되는 계속사업으로 방조제 축조를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장항산단도 정치논리로 결정되나

착공한지 16년 만인 작년 4월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를 완료했다. 그러나 아직도 간척지의 용도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정부가 국토연구원에 의뢰하여 제시된 새만금간척지 활용방안은 전라북도의 요구와는 달리 산업단지는 5% 정도로 군산방면 한 곳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만금지역을 주거·농업·관광·산업 및 물류 중심의 복합도시로 개발하고 그 중 일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한다.’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새만금종합개발특별법안’을 전북 도내 정치인 등이 중심이 되어 발의하고 국회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수질문제나 쌓이는 토사문제 등 환경재앙의 조짐이 보이고 있고 더구나 내부개발을 위해 방수제 138km를 쌓아야 하는 등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사업을 두고 정치인들은 아직도 정치논리로 해결하려 들고 있다.

지난 5일 전주에 들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러한 전라북도의 ‘새만금특별법안’에 서명하였다. 이튿날 장항읍 장암리 해변을 방문하여 장항갯벌을 둘러본 박 전 대표는 “국가가 약속을 해놓고도 18년 동안이나 방치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장항산단을 대선공약으로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의 실효성이나 타당성,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은 고려치 않고 표심만 잡으면 된다는 발상이다. 이러한 정치인들에 의해 장항산단은 정치논리로 결정될 위기에 처해 있다.

<글/허정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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