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출어람을 기대하는가
청출어람을 기대하는가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6.15 00:00
  • 호수 3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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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끓는 청춘들과 철부지 어린아이들이 모여 있는 학교에서 단 한건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또 이런 기적을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다만,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꿈을 펼쳐나갈까 고민하고 대책을 세워주는 게 어른들의 몫인 것이다.

지난달 22일 마량리 동백정에서 열린 백일장·사생대회에서 서천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가 또 다쳤다. 전제했거니와 사고는 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도 물 뜨러 왔다 갔다 했어도 괜찮았는데…”라든가 “우리가 물 뜨러 다니는 데까지 쫓아다녀야 합니까”라는 주최 측의 어처구니없는 말을 들어야겠는가 하는 것이다.

서천초등학교는 지난달 5월 11일, 횡단보도 교통사고, 방화벽 안전사고, 폭력사고로 세 어린이가 다치는 사고가 있어서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분위기이다. 방화벽에 눌려 큰 부상을 입은 어린이는 아직 중환자실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다. 이 때도 “그 아이가 좀 유별났다”는 교사의 면피성 발언이 눈총을 받았다. 그런데 또 열흘 만에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서천초는 20여명의 어린이들을 야외행사에 보내면서 인솔교사가 동행하지 않았다. 주최 측이  교사가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훈수를 두는 것을 막는 차원에서 차단한 것이다. 주최 측은 이날 280여명이 참여했다고 밝히고 있다. 성인들의 집회 신고 시 30명에 1명꼴의 질서유지 책임자를 선임하도록 돼있다.

그렇다면 이날 최소한 안전요원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또 행사 후 대형버스로 어린이들을 안전하게 군민회관 광장에 내려주기로 되어 있었으나 오거리부근 길가에 내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린 어른들이 많았던 것이다.

현장에서의 책임이야 주최 측에게 있다지만, 우선은 학교장의 책임이 큰 것이다. 아이가 유별나면 유별난 지도를 해야 하는 게 교사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교권이 붕괴됐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는 세상이다. 교사나 학생, 학부모 나아가 이 사회의 불행이다. 교권이 붕괴됐다는 말은 좀 과장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곳곳에서 학생이 교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서슴치 않는다거나, 그릇된 자녀사랑을 표출하는 몰상식에 가까운 부모들의 추태의 현장을 심심찮게 접하는 게 현실이다. 사람 사이에 있어야할 최소한의 존중이 실종된 것이다.

스승과 제자와 관련된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이 있다. 청색에서 색이 더 짙고 선명한 쪽빛이 나왔다는 뜻으로 스승보다 훌륭한 제자가 나왔을 때를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개천에서 용 났다’ 표현과는 전혀 다르다. 결코 흑(黑)에서 남(藍)이 나온 것도 아니오, 적(赤)에서 남이 얼토당토않게 나왔다는 말이 아니다. 청색과 남색은 같은 계열이다. 이는 곧 그 스승에 그 제자이니, 제자가 스승의 가르침을 잘 받고 더욱 정진해 스승보다 훌륭하게 됐다는 말이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어린이 안전을 강조했건만, 참으로 말 안 듣는 어른들에게서 말 잘 듣는 어린이를 기대할 수 있는지 반성할 일이다.

서천군만 해도 630명의 교사와 173명의 일반직원이 일선학교에서 근무 중이다. 이들에게는 7,979명의 제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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