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보다 옆집아저씨가 되고 싶어요”
“경찰보다 옆집아저씨가 되고 싶어요”
  • 최현옥
  • 승인 2002.07.11 00:00
  • 호수 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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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권위주의 경찰은 가라!
나는야, 소박한 이웃 아저씨!!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樹欲靜而風不止)…
-후한서 출전-

세상을 살아가며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처음의 마음을 지키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하지만 붉은 악마의 카드섹션 문구처럼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스스로 갈고 닦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바로 장항 동부파출소 조만제(56)소장.
“여러분 우리는 공인입니다. 항상 먼저 타에 모범을 보이며 기본을 지킵시다”
8시 50분 조회를 시작, 교대근무 보고를 받고 마지막 훈화를 하는 조소장의 얼굴에는 사뭇 단호함과 위엄이 넘친다.
평소 경찰이 권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시민을 섬기는 공복의식을 갖고 업무에 임하길 바라는 조 소장은 경찰 대 개혁이 새삼스럽단다.
시민이든 경찰이든 원리원칙만을 지킨다면 아름다운 세상과 선진 민주사회를 구현하는 것은 벌써 우리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 소장은 자신을 낮추고 주민들에게 한발 다가서기 위해 파출소 업무를 잠시 미루고 11시정도 자전거 골목순찰에 나선다.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나서면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친근하게 느끼고 자신도 주민들에게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어 좋다”는 조 소장은 “공권력이 최일선에 있는 경찰은 친절하고 절제된 공권력으로 도덕성과 함께 시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 소장은 대부분의 골목순찰을 읍내권 중심으로 도는데 적어도 1주일에 한번은 장항농공단지, 송림해수욕장, 옥산 등 원거리에 나가 가시적 순찰 효과도 본다.
그의 골목순찰은 86년 문산 파출소에서부터 시작된다. “주민들에게 경찰보다는 옆집 아저씨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조씨는 지금도 경찰소장이기보다 친근한 옆집 아저씨이고 싶다.
최근 조 소장은 읍내권을 돌며 자전거 야광반사지를 주민들 자전거에 직접 붙여주며 주민들에게는 친절하고 봉사하는 경찰로 직원들에게는 상사로 지시하는 업무보다 본을 보이는 모습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
이처럼 외유내강이며 철두철미한 모습을 보이는 조 소장은 “일반인의 눈에는 자칫 고지식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지킨 소신만이 자신을 더욱 성숙시켰다”고 말한다.
조 소장은 업무를 보며 인맥을 이용하여 돈으로 세상을 해결하려는 사람을 만날 때 어려움을 느낀다. “단속을 벌이다 사정하는 주민을 한번 눈감아 준다고 다음에 고쳐지는 것이 없다”는 조 소장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눈감아 주기식 업무는 절대 금물!
금품수수협의로 이미지가 실추된 경찰의 모습도 문제지만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사고를 갖은 주민들도 문제라며 사고전환의 중요성도 빼놓지 않는다.
2년 후 정년을 앞두고 있는 조 소장은 “옆집 아저씨 같은 모습으로 자전거의 둥근 두 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는 세상을 꿈꾼다”며 검게 그을린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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