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입으로 죽인 갯벌
군수 입으로 죽인 갯벌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7.13 00:00
  • 호수 3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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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가 “그냥 덮어 주세요”이다. 고발성 기사나 이미지 훼손이 유추되는 기사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기자에게 이 말이 먹히지 않으면 사주를 통해 청탁이 들어온다. 애초 소용없는 일이지만 답답한 심경에 청탁을 할 것이다.

그렇다고 기자들이 무턱대고 고발성 기사를 쓰지는 않는다. 지역학교 이미지 추락, 지역 농수산물 안정성 문제, 지역상권의 위축이 예견되는 기사는 미루고 또 미루다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때 펜을 들게 된다. 이런 경우 기사가 나간 후에도 상당한 기간 동안 기자들의 짐으로 남게 된다.

이달 들어 군 내외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장암리 폐차소각장 사업으로 불거진 그 일대의 오염에 관한 기사가 이에 속한다. 지난해, 일부 벼에서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 오염을 보여 암암리에 소각했다는 정황을 일찍이 포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도하지 못하고 있었다.

10일 폐차소각장 사업에 대해 법적인 판결이 났다는 이유로, 서천군이 할일은 다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일축해오던 나소열 군수가 기자 간담회를 자처했다. 지난해부터 꾸준했던 뉴스서천의 보도와 최근 대전일보의 적극적인 보도, 주민들의 진정서 등이 파급효과를 보면서 전국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날 나 군수의 첫마디는 적반하장(賊反荷杖) 격이었다. 토양오염이나 주민 암 발생 관련 기사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폭로함으로써 지역 이미지와 농수산물의 안전성 문제로 커다란 손실을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폭로한 일도 없거니와 고민 끝에 이런 지역의 치부를 들어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군수와 행정의 무책임한 태도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힘없는 지역언론이나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든 현재 오염상황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고 또 지역 청청이미지에 절대적인 악영향을 미칠 폐차소각장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처사였다.

어떻게 주민들과 그 삶의 터전이 병들어 가는데 법 운운하며 폐소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 무책임하게 손놓고 있을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여론이 확신되고 장항출향인 최용규 국회의원과 류근찬 국회의원이 잇따라 방문하고 충남도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니 뒤늦게 대처에 나선 군수는 지역이미지 훼손을 들며 언론보도를 탓하고 나선 것이다.

군수나 “장암리만 암환자가 발생하느냐”며 일부 왜곡된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현실을 직시하고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이 지역 청청이미지 훼손이라면, 남의나라 차동차 쓰레기까지 끌어다 태우는 공장이 들어서는 것은 어떠한가. 또 지난해 밥까지 굶어가며 “장항 갯벌은 이미 썩어서 조개 한 마리 나오지 않는다”고 외쳤던 군수는 어떠한가.

금강하구둑 서천관문에 아직도 철거되지 않은 장항산단 착공을 천막과 빛바랜 깃발들은 어떠한가. 1년여 동안 서천의 환경이 오염됐다고 떠들어 댄 사람은 다름 아닌 군수였음을 스스로 상기하기 바란다. 사실을 보도한 언론을 탓할 것이 아니라, 진정 주민의 행복추구를 위해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서천군의 수장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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