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를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를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7.20 00:00
  • 호수 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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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어느 직책을 맡을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더라도 맡겼을 때 그 자리를 너끈히 감당해 내는 사람이 있기에 나온 말이겠다.

서천군수가 지난 6일자로 5급 이상 공무원 인사발령과 정년퇴직 해당자 13명에 대해 6개월간의 공로연수 파견근무를 명했다. 이어 16일자로 6급 이하 61명의 인사발령이 실시돼 올 하반기 정기 인사발령 대상은 모두 85명이다.

여기에는 지난 4월 논란 속에 시행된 특별임용시험으로 선발한  5명의 신규발령자도 포함됐다. 이중에서 6명이 사무관 승진해 군청의 실·과·소·면장과 의회사무과 전문위원 등을 맡게 됐다. 6급 이하에서도 23명이 승진의 기쁨을 맛봤다.

승진할 때가 돼서 승진했겠고 13명의 정년퇴직으로 인한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승진했겠다. 허나 인사 때마다 어김없이 대두되는 것은 그 ‘자리’에 그 ‘인물’이 적합한가 하는 것이다. 자리에 알맞은 인물을 찾거나 육성해서 중책을 맡기는 것은 비단 공공기관에서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중요한 일이다.

더러는 묵묵히 일한 결과이고, 더러는 오직 승진을 목표로 아부를 아끼지 않은 사람, 줄서기를 잘한 사람도 있을 터이다. 때문에 어떤 이의 승진과 중책으로의 이동은 당연히 받아들여지고 축하도 받지만, 어떤 이의 승진은 성실히 맡은바 사명을 다하는 이들의 좌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군청의 인사권자인 군수는 이번 인사도 시책달성, 정부사업 공모 선정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며 직무능력에 대한 다면평가에 의한 결과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어찌한단 말인가. 어떤 인물은 그가 수행한 시책결과마다 결국 서천군에 해악을 끼쳐 많은 예산을 낭비시켰는가 하면, 이런저런 감사에서 지적당하거나 공직기강을 초월한 인물들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유(類)의 인물은 기회에 강해 상급자의 시선이 머무르는 찰라와 위치를 용케도 잘 맞춘다. 이 시간이 지나면 두 손 탁탁 털고 눈 번뜩이며 다른 기회를 찾는다. 이런 인물의 후임자는 표 안 나는 뒤치다꺼리로 세월을 보내게 되고 언제나 예산낭비가 따른다. 특화시장 이전, 건양대 유치사업, 서울시공무원 연수원 유치사업, 장항산단 유치, 금강하구둑 관광단지 운영…, 이런 사업들이 초기에는 매우화려해서 큰 치적이 되지만 대게는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는 사업들이다.

문제는 이런 문제를 야기하고 무책임하게 손 털고 기회를 잡은 사람들이 버젓이 승승장구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무책임한 사람들이 중책을 맡는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것과 진배 없다.

군민을 무서워하지 않는 이러한 유의 공무원들이 배짱 좋게 버티는 힘은 무엇이며 이런 사람들이 활개를 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사권자들은 이런 사람들을 적임자라고 선택했겠지만, 군민들의 기대에는 한참 모자란다. 때문에 그나마 그 ‘자리’가 사람을 만들어 주기를 고대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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