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보험은 자녀교육이 아닐까
최고의 보험은 자녀교육이 아닐까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7.07.27 00:00
  • 호수 3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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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금란 기자

학교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몇몇 가깝게 지내는 교사들과 한 달 동안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방학 이래봤자 고등학교 대부분은 겨우 일주일 쉰다고 하니 방학기분도 안 나겠다. 모인 이들 대개가 선생이니 애써 소위 공장얘기(직장 일과 연관된 이야기)를 피하려 하지만, 자연히 아이들 이야기로 흘러간다.

고등학교 교사 하나가 말했다. 화단에 풀이 많아 아이들에게 호미를 쥐어 주고 몇 번 가르쳐 줘도 못하더란다. 아주 단순한 것인데도 안 해봐서 못한다고 하더란다. 동석한 중·고생 자녀를 둔 한사람이 거들었다.

얼마 전 일일교사로 학교에 가봤더니 교실이 지저분했는데 아이들이 치울 줄 모르더란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또 한 교사가 말한다. “요즘 애들 청소할 줄 모릅니다.” 빗자루를 어찌 사용해야 하는지, 걸레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질질 끌고 다닌다고 했다. 하기 싫어서 그러는 아이들도 있지만, 정말 요령을 몰라서 그러는 아이들이 더 많단다.

이야기가 이쯤 되니 아이들 일이라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주는 ‘엄마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방을 잔뜩 어질러 놓고 학교 갔다 오면 싹 정리가 되어 있으니 청소라는 단어 자체가 머리 속에 있을 리 없다는 말이다. 기껏해야 라면정도 끓일 줄 알까, 도대체 할 줄 아는 거라고는 학교에서 학원에서 공부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오락이나 하는 게 고작인 아이들이 많다고 걱정들이 대단했다.

이런 걱정에 ‘음식 못하면 사먹으면 되고, 청소는 도우미 불러서 하면 될 것 아니냐’고  반론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세상 일이 그렇게 맘먹은 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사회생활을 하자면 그 개체로서 당연히 분담해야 할 몫이 있는 것이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교실 청소를 함께 해야 하고, 일손이 부족해 학교화단이 풀밭이 되면 더러는 잡초제거 활동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을 해본 사람들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기본질서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자녀들이 장성해서 손주가  태어날 때까지 뒤치다꺼리를 하는 부모들도 많이 생겨났다. 공부는 열심히 시켰는데 생활 속에서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은 통 모르는 사람들이 늘어간다는 뜻이다.  현명한 사람은 아이에게 물고기 요리를 해 먹이기보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고나 질병을 대비해 보험을 든다. 그러나 정작 가장 큰 보험이 부모가 없어도 혼자 살아가도록 키우는 ‘자녀교육’이라는 것을 모르는 듯하다.

청소기를 주면 장난감이나 되는 양 끌고 다니고 빗자루를 주면 어찌 쓰는지 몰라 당황하는 아이들, 쌀을 씻어야 하는 거냐고 묻고……. 인간은 사회생활을 하며 편리를 위해 여러 도구를 개발해 왔는데 내 아들 딸은 만들어진 도구조차 사용할 줄 모르고, 함께 사는 법을 모르는 바보로 키우고 있지는 않은지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자. 그래서 이번 여름방학에 내 자녀를 혼자서도 잘하는, 또 사회구성원으로 더불어 살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는 기회로 만들어 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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