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영령의 혼이 깃든 장암진성
호국영령의 혼이 깃든 장암진성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08.10 00:00
  • 호수 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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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문화의 생성과 삶의 현장에서 땅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물이었다. 그 증거는 강과 해안을 끼고 발견되는 문화유적과 유구들이 잘 말해주고 있다.

이렇듯 소중한 강, 그것도 우리나라 4대강 중의 하나인 금강이 서천을 감싸며 흐르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금강은 생명의 젖줄일 뿐 아니라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금강은 전북 장수군 신무산에서 발원하여 중부내륙을 관통하며 400여km를 흘러와 서천에서 서해와 만난다. 금강 유역은 선사시대 이전부터 조상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B.C 7만년 전의 공주 석장리 구석기 유적과 미호천 변의 충북 청원군 소로리에서 발굴된 1만 5천년 전의 소로리 볍씨 유적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역류하는 조수를 타고 부여와 공주까지 큰 배가 드나들 수 있어 이곳을 중심으로 백제는 중국 장강 이남의 월주에서 동으로는 왜에 이르는 거대한 해상왕국을 건설하였다. 이는 중국의 사서인 <구당서>의 기록이다. 금강 어귀는 자연스레 한반도 내륙으로 들어가는 교통의 요지가 되었으며 이곳에 장암진성이 있다.

전망산과 후망산 사이로 파고든 만이 해자를 이룬 장암진성은 천연의 요새지였다. 외침이 있을 때마다 이곳에서 큰 전투가 벌어졌다. 당나라의 소정방과 설인귀가, 고려 말에는 왜구가 이곳을 통해 내륙으로 침입해왔다. 우리 선조들은 이 곳에서 나라를 위해 적과 싸웠다. 이처럼 장암진성은 호국영령의 혼이 깃든 곳이다.

이 땅을 강점한 일제는 이곳을 주목하고 식민지 수탈의 교두보를 삼아 갯벌을 메워 항구를 만들었다. 우리 수군의 감시병이 있던 전망산 봉우리에 제련소 굴뚝을 세워 민족혼을 말살시킴과 동시에 금강 하구의 자연환경을 교란시켰다.

일제가 물러가고도 제련소는 그대로 남아 그동안 주민들이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제련소 굴뚝에서 내뿜는 연기가 주변 벼농사를 망쳤고 멀리 강경에까지 날아가 토마토 농장을 덮치기도 했다. 사람인들 성할 리 없음이 당연했다. 그러나 엄혹한 군부독재 시절 말 못하고 살아왔을 뿐이었다.

최근 주민들의 고통스러운 호소에 정부와 지자체가 귀를 기울여 토양과 지하수 등의 환경정밀 검사를 시행하게 되어 참으로 다행스럽다.

이러한 장항제련소를 이어받은 (주)엘에스니꼬동제련은 최근 코앞에 둔 장암진성의 문화재현상변경을 충남도문화재위원회에 신청하며 폐자동차잔재물소각처리장을 앉히려 하고 있다. 폐자동차에서 나오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을 태워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죽음의 독극물로 불리는 다이옥신이 배출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폐차소각장을 짓겠다며 도지정문화재 문화재인 장암진성에 대해 문화재 현상변경신청을 낸 것이다. 이에 서천군은 충남도문화재위원회에 제출하는 ‘서천 장암진성 의견서’라는 문건에서 “장암진성은 추후 진포대첩의 학술조사와 발굴조사 등이 이루어져야 할 곳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 같은 서천군의 의견 제시를 환영한다. 역사와 문화를 우선시하여 결국 폐차소각장을 반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호국영령의 혼이 깃든 장암진성이 한일합작 기업에 의해 또 다시 유린당할 수는 없다. 우리가 한사코 장암진성을 되찾아 지키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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