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 선로 내 손안에 있소이다”
“장항 선로 내 손안에 있소이다”
  • 최현옥
  • 승인 2002.07.18 00:00
  • 호수 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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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인생 30년 더불어 사는 인생을 배운다
이른 아침부터 장항역은 선로원의 거대한 망치소리로 여름 전도사 매미소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망치소리가 그치고 길게 뻗은 레일을 타고 기차가 안전하게 미끄러지듯 역을 향해 들어오면 선로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퍼진다.
“기차 선로가 대칭관계로 보이지만 서로를 지탱시켜주는 힘이 되듯 항상 공동작업을 하는 우리는 서로를 지켜주는 선로입니다”
30여년간 선로반에서 업무를 관장하며 화합을 중시하는 장항시설선임관리장 구병국(54·장항읍)씨는 매일 레일을 조율하듯 직원을 조율하고 화합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을 조율하고 있다.
특히 무거운 중장비를 다루고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만큼 작업의 안전관리와 동료간 화합 교육은 필수다.
또한 근래 구조조정에 의해 인력이 감소되면서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업무를 해내야 하는 상황에서 어려움이 많은 구씨는 그동안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를 보며 안전은 입에 붙어버린 말이 됐단다.
여름철에는 기온이 상승하고 장마가 시작되면서 선로가 탈선하는 사례가 빈번해 더욱 빠른 몸놀림이 필요한데 궤도 보수, 재료보수 등 업무분류만 해도 무려 80여가지가 넘는다.
“지금 젊은 사람들이야 힘들다고 이런 일 기피하지만 우리야 먹고살려면 그럴 수 있었나요?”라고 지원동기를 말하는 구씨는 입사 초기 육체적 힘을 요하는 업무와 선후배간의 서열문제로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리고 그 당시 보수작업의 기술발달이 부족해 대부분 수작업으로 일을 해야 했던 선로 일은 목침과 레일을 교체 할 때 무게 때문에 곤욕을 많이 치렀다.
그러나 선로 위에서 목숨을 바치는 동료들을 보며 그들의 숭고한 넋을 기리고 그들이 다하지 못한 몫을 위해 구씨는 지금까지 손을 놓지 않고 있다. 또한 자신이 보수한 선로에 기차가 안전하게 운행되어 고객들이 철도청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는 것을 볼 때 보람이 크다.
지금 까지 근무하며 구씨의 기억에 많이 남는 복구작업은 87년 수해가 나서 서천에서 판교까지 완전 잠겼을 때이다. 복구작업으로 무려 보름이나 밤·낮 가리지 않고 일을 하였지만 다시 기차가 안전하게 달리는 모습을 보며 피곤함을 잊을 수 있었다.
구씨는 매주 142K∼900(한솔)에서 137K∼100(푸른병원)까지 도보와 열차로 순회를 하며 선로의 상태를 점검한다. 이제는 베테랑이 되어 차 흔들림만으로 안정감을 분석, 선로의 문제되는 곳을 귀신처럼 찾아낸다.
구씨는 점점 과거의 명성을 잃어 가는 장항역을 생각하면 늙어 가는 자신을 닮아 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단다.
그래서 지금 진행되는 공사가 빨리 완공 되어 군산쪽 이용객이 늘고 장항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을 갖는다. 아무리 일이 고돼도 동료들이 함께 하기에 마음만은 항상 풍족하다는 구씨는 기름 낀 푸른 작업복을 입고 오늘도 선로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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