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약자들에게 가까워야
법, 약자들에게 가까워야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10.26 00:00
  • 호수 39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로스쿨 총정원 문제로 교육부와 대학들의 실랑이가 한창이다. 대학은커녕 변호사 사무실 하나 없는 서천이고 보면 로스쿨 정원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17일 로스쿨 정원을 1,500명으로 발표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3,200명 선을 주장하며 준비해온 대학들이 인가신청 자체를 전면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어 한국법학교수회도 “법조계의 이익만 반영한 정부안을 전면 거부한다. 총정원 3,200명 이상을 끝까지 관철 시키겠다”는 투쟁의지를 밝혔다.

로스쿨은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지난 7월 4일 ‘로스쿨 법’이 국회를 통과해 2009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정부안 고수를 부르짖고, 정치계는 2,000명 선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민주노동당 최순영 국회의원은 4,000명까지 점진적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대학들의 입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집약되고 있다. 급기야 대통령이 대선후보들의 입장표명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각기 정원수에 민감한 것은 각자의 이해타산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자. 다만 사법개혁과 국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사법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로스쿨 도입취지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지난주 서천읍내에서 대전충남권의 7개 일간지를 배달하고 있는 사람이 <중앙매일>과 <충청일보>를 제외하고 수년째 배달료를 제대로 주는 곳이 없다는 하소연을 담은 글을 신문과 함께 배포했다. 한 장애인단체 인사는 “사회정의 구현에 앞장서야 할 기자들이 오히려 노동착취를 넘어 장애인 인권을 유린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 배달원은 더 딱한 일이 있다. 지체와 청각부분의 복합장애를 가지고 있고 부인 또한 장애인이다. 그럼에도 기초생활수급자에 들지 못하고 있다. 가지고 있지도 않은 차량을 소유한 것으로 돼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이 사람에게 인도되어야 할 차를 빼내 이내 다른 사람에게 팔아치웠다. 벌써 몇 단계 매매가 이뤄져 지금은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 있다. 그러는 동안 서류상 배달원 앞으로 돼 있는 차에는 각종 세금을 내지 않아 200만원이 압류돼 있다.

담당공무원이 어찌 해결해 보려 시도했다가 포기한 상태라 했다. 결국 이 배달원이 호소할 곳은 ‘법(法)’이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진 게 없어 보이는 이 배달원에게 법이라는 게 어떤 존재인지 짐작할 만하다. 가진 게 없는 서민 저소득층에게 요원하기만 한 사법서비스가 아닌가, 특히나 변호사 사무실 하나 없는 서천에서는 더욱 멀게만 느껴진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서민들은 로스쿨 제도를 반겼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여전히 사법계는 서민들 위에 굴림하고, 나아가 정부의 머리꼭대기에 앉아서 정책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라도 이들이 억울한 일을 당해도 어찌 못하는 약자들의 시름에 귀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