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농업’ 자초하는 정부
‘위기의 농업’ 자초하는 정부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11.02 00:00
  • 호수 3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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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2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엘 고어와 유엔 산하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를 올해의 노벨 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결정하였다고 발표했다.

정치인 엘 고어는 지구의 환경문제를 다룬 <위기의 지구>를 썼으며, <불편한 진실>을 통해서는 지구 온난화의 위기를 절박하게 전하였다. 엘 고어만큼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를 고민하는 정치인도 드물 것이다.

유엔 산하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는 1990년부터 올 2월까지 지구온난화와 그에 의한 해수면 상승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서를 4차례 펴내며 기후변화에 관련된 과학적, 기술적 사실에 대한 자료를 제공해 왔다.

우리는 누가 수상자로 결정되었는지에 주목하지 않는다. 다만 노벨평화상이 지구온난화와 이에 따른 기후변화에 주목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노벨위원회가 더 일찍 지구온난화에 주목했더라면,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무수한 갯벌생명을 파괴하고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새만금간척사업을 착공케 한 장본인임을 알았더라면 그가 아무리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 공로가 컸어도 쉽게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 농민들은 올해 이러한 기후변화의 심각함을 직접 피부로 느끼며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지난 해의 따뜻한 겨울은 한동안 잊고 살았던 벼 줄무늬잎마름병을 불러왔고 유례가 없던 가을 장마는 수 천년을 이어오던 우리 전통 농작물의 결실을 방해하였다. 

여기에 전세계 식량부족 사태가 30년만에 다시 닥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이 추진하는 바이오연료 정책이 국제 곡물가 상승의 주된 이유라고 한다. 이는 석유자원이 점점 고갈돼 가는 데 따르는 것이어서 식량난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서유럽과 미국은 오래 전부터 자국의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농민들에게 엄청난 농업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미국은 2002~2006년 5년 동안 농업소득 총액의 26.9%에 해당하는 845억달러(80조5,600억여원)를 농업보조금으로 지원하였으며, 유럽연합 국가들은 2005년 기준으로 총 농업생산액 대비 농업보조금 비율이 22.3%에 달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고작 5%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들의 막대한 농업 보조금은 다른 많은 나라들의 농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생산 기반을 무너뜨려왔다. 식량자급률이 25%도 안되는 우리나라는 이들 나라를 대표할 만도 하다.

농업 보조금은 고사하고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마저 우리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현행 농업재해대책법은 기상변동에 따른 재해의 경우에도 농가는 유실된 농지나 시설물 등의 복구를 지원받게 되고 재배하던 작물 중 피해작물에 대해서는 종자값과 비료, 농약값 정도만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이는 ‘농업 죽이기 정책’이다. ‘위기의 지구’ 속에서 우리 농업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서천군의 쌀 생산량은 벼줄무늬잎마름병과 가을 장마로 인해 예년에 비해 3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마서 신포리에서 콤바인 작업을 바치고 돌아오던 한 농민은 “웬만하면 이 짓 하지 말아야 하는디....” 하면서 가슴 속에 묻어 둔 말을 토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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