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서천
‘어지러운’ 서천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11.16 00:00
  • 호수 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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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일을 불과 한달 남짓 남겨놓고도 선거판은 어지럽기만하다. 각종 범법행위가 드러나는데도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고, ‘차떼기’의 장본인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국민과의 약속을 간단하게 뒤집고 당당하게 출마를 선언하였다.

정동영 후보는 노무현 정부에 맞서 차별화를 주장하는가 싶더니 대통령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고, 도덕성을 무기로 이름 석 자를 내걸었다는 문국현 후보도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라 정치판이 이처럼 돌아가는 것 못지않게 서천군 또한 어지럽다. 군은 지난 2일 정부대안사업 중 국립생태원과 해양생물자원관의 건립 예정지를 관계부처와 협의해 확정 발표했다.

1조원이 넘게 들어가는 공사가 내년 하반기 착공을 앞두게 된 것이다. 예정대로 마서면과 장항읍 일대에 미래환경연구센터, 온실생태계, 환경교육관, 멸종위기 식물원, 해양생물자원 연구동, 표본 소장동, 교육·전시동 등이 들어선다면 서천군은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생태도시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을 추진하는 환경부는 금강 하구갯벌을 죽이는 일에 수수방관하고 있다. 갯벌생태계에 치명적인 온배수를 배출하는 군산복합화력발전소에 아무 제재도 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과연 서천에 국립생태원을 제대로 들여앉힐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퍼내도 퍼내도 끝이 없는 장항항 준설은 그 준설토를 바깥쪽 깊은 바다에 투기해야 함에도 가까운 바다에 투기하여 다시 밀물에 밀려 되쌓이고 있다. 투기장이 너무 멀면 준설비보다 운반비가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실토이다. 그러면서 매년 준설작업은 계속되고 국민의 혈세만 낭비되고 있다.

군 행정을 들여다 보면 더욱 가관이다. 군은 지난 8월말 (주)엘에스니꼬동제련(구 장항제련소) 주변지역 합동 토양오염 조사를 위한 토양 시료채취 과정에서 주민을 상대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였다. 주민이 고의로 시료에 이물질을 섞었다는 억지주장이었다.

결국 그 주민은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군이 군민의 편이 아니라 기업의 편에 서 있음을 대변하는 사건이었다.

이러한 군의 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지난 11일에도 이어졌다. ‘한미FTA저지 범국민행동의 날’을 맞은 군민들을 상대로 상경집회에 참여하지 말도록 종용하고 나섰다. 군은 어려움에 처한 농민들의 편에 서기는커녕 이들의 정당한 의사표시를 방해한 것이다.

또한 군은 마서면 계동리 일원 11,000평방미터 대지 위에 9억원을 들여 농업테마파크를 내년도에 완공한다고 한다. ‘농업테마파크 조성을 통한 자기개발성향의 사회적 참여 공간 제공의 필요성 대두’가 공원을 만들게 된 배경이라고 한다.

이상기후와 수입농산물 범람으로 농업인의 허리는 더욱 휘어지는데 ‘자기개발성향’은 무엇이며 ‘사회적 참여 공간’은 무엇인가. 이와 유사한 공간은 서천군에도 수없이 많다.

국비 40%, 도비 20%가 포함되어 있다는 공사비 9억원은 결국 건설업자의 갈증만 풀어줄 뿐 농민들의 타는 가슴을 쓸어주는 데는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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