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단지 타당성 조사의 의미
조선산업단지 타당성 조사의 의미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12.07 00:00
  • 호수 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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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지 <한겨레21>에 “지금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12월 19일까지 이어진다면 2008년부터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인용한 짧은 글이 실렸다.

“서울 강남 같은 인기 학군 학교에 보내기 위해 아이를 위장전입해도 될 듯, 사업가가 자녀를 직원 명부에 올려놓고 회삿돈으로 용돈이며 생활비를 줘도 될 듯,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불거지면 관련자에게 돈을 주고 외국으로 도피시켜도 될 듯, 초빙교수 자리는 도맡아 놓고 시간 없거나 자신 없어 한두 차례 강의를 하고도 매달 수 백만원씩 월급은 받아도 될 듯” 등인데 이런 걸 가지고 누가 뭐라 하면 “대통령도 했는데 뭘, 들통 나면 사과하지” 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법질서가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내용의 말들이었다.

불행하게도 서천군에서는 이런 현상을 2008년까지 가지 않아도 볼 수 있다. 이미 아는 바와 같이 장항읍 장암리에 소재한 조선업체는 공유수면을 불법 매립했고, 이후 군은 원산복구 명령을 내렸으나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군은 오히려 불법을 행한 업체 등의 요구를 수용해 서천군내 조선산업 전문단지를 조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타당성(妥當性)이란 무엇인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여건에 새로운 것을 도입했을 때 보기 좋게 들어맞는가, 잘 어울리는 성질인가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3일 ‘서천 조선산업전문화단지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 최종보고 자료를 보면, 범법자에 대한 처벌은 고사하고 더 큰 혜택을 주자고 자처한 듯하다.

용역을 맡은 회사의 최종보고서는 장암리 현 조선소가 위치해 있는 곳과 원수리 지방도68호변 금강 기수지역 두 곳을 대상으로 작성됐다. 타당성 조사는 도로망, 경사도, 수심, 면적 등 눈으로 보이는 환경만 검토대상에 올려놨다. 서천지역정서나, 금강하구 기수지역의 해양자원적 가치와 역사적 가치는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정서적으로 서천은 장항산단이라는 국책사업을 놓고 18년이란 긴 세월 동안 군민들의 좌절과 갈등을 겪으면서 생태적 정부대안사업을 어렵사리 수용했다. 군은 정부대안사업의 효과를 전면 수용하고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마침 장암진성을 중심으로 기벌포, 진포 역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여기에 강 건너 군산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진행과정에 대해 법령을 준수하지 않았고 금강하구 기수지역의 해양자원 상실을 우려된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또 군은 금강생태공원을 조성한다며, 철새탐조대를 50억원이나 들여 조류생태관으로 꾸미는 일을 추진 중이다. 이런 곳에 조선산업전문화단지 조성의 타당조사용역을 발주한 서천군이나, 타당성이 있다는 쪽으로 결론내린 보고서는 법을 지키지 않은 업체에 대한 면죄부와도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말을 많이 썼는데 상식이 통하기는커녕 사회생활에서 최소한의 통제 수단인 ‘법’도 안 지켜지고 있지 않은가. 더 이상 착하게 법 잘 지키며 사업하는 사람,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농어민이 억울한 세상으로 흘러가도록 방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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