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어르신들을 찾아뵙자
연말에 어르신들을 찾아뵙자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7.12.28 00:00
  • 호수 3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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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바람 잘 날 없었던 한해였다. 작년에 마무리 짓지 못했던 장항산단 문제로 군민들 간의 대립이 격화된 상태로 새해가 시작됐었다.

그러나 유구한 역사의 텃밭에서 쌓아온 슬기로 결코 해결될 수 없어 보이던 문제들이 하나하나 풀려나갔다. 장항산단 문제는 급격히 방향을 바꾸어 생태도시 추진으로 가닥을 잡아 그 실천을 눈앞에 두고 있다. 폐차소각장 문제도 우리 군민들의 높은 시민의식 앞에서 더는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슬그머니 발을 빼었다. 격한 대립 양상을 보이던 서부교통 노사문제, 폐기물 매립장 문제도 이젠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서천 사람들의 가슴을 짓누르는 두 가지 사건이 한해를 정리하려는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그 첫째는 강건너 군산에 짓고 있는 복합화력발전소이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물줄기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이루며 모여 살았다. 하나의 물줄기를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동(洞)’이다. 그러나 근현대 산업사회로 들어와 물줄기를 경계로 자연에 의지해 사는 순박한 사람들끼리 서로 반목하게 만들고 있다.

군산복합화력발전소는 이의 극치이다. 인위적으로 갈라놓은 행정구역을 이용하여 무리하게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결코 바른 길이 아니다. 지금 지구상의 최대의 현안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 온난화 문제이다. 지구가 점점 더워져 기후가 변하고 남극과 북극, 그리고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점점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화석 연료를 이용하지 않고 순환 가능한 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은 지구의 미래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생태1번지’를 지향하는 우리 서천사람들은 천혜의 금강하구를 죽음으로 내모는 군산화력발전소를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우리 서천 사람들이 나서서 금강하구와 서천갯벌을 지킨다면 이는 길이 후세에 빛나는 귀감이 될 것이다.

바람 잘 날 없었던 서천 하늘의 마지막을 장식한 사건은 태안 기름 누출 사고의 여파였다. 유조선에서 쏟아져 나온 원유는 결국 서천 앞바다까지 이르러 어민들의 생명줄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근본 원인이 국가의 안전불감증에 걸린 정책과 기업의 이윤 극대화 추구 때문이었음을 알면 분노의 감정을 억누를 수 없다. 갯돌 하나에 묻은 기름때를 닦아내려 안간힘을 쓰는 민초들과 보상 한 푼이라도 덜 주려고 온갖 구실을 붙이는 기업들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우리 서천은 천혜의 자연자원이 살아있는 고장이다. 우리는 이를 토대로 삼아 우리만의 문화를 가꾸고 우리 ‘서천식’대로 살아갈 방안을 궁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서천의 강과 바다, 그리고 산들은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 서천 사람들의 공유 재산이다.

또 다시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서천의 어르신들도 연세가 더 높아진다. 이들은 산업화 이전에 이 땅에서 살아온 소중한 경험이 있다. 연말에는 이들 어르신들을 찾아 옛날 이야기를 하나씩 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그리고 이들 어르신들이 바라보는 요즘 세상은 어떤 것인지 귀담아 듣고 오늘의 나를 돌아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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