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대보름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2.18 00:00
  • 호수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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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부터 시작되는 여러 가지 민속이나 그에 따르는 놀이는 대보름날에 절정을 이룬다. 이후에는 월령적인 세시풍속으로 이어진다.

우리 민속의 세시풍속 중에 정월 대보름만큼 새롭게, 건강하게, 그리고 풍요롭게 태어나기를 기원하는 다양한 민속이 함께 하는 명절은 없을 것이다. 임동권은 그의 <한국세시풍속>에서 한 해 동안의 세시풍속에서 행하여지고 있는 풍습을 모두 192 가지로 조사 정리하고, 그 중에 절반이 넘는 102 가지가 정월에 행하여지고 있고, 다시 그 가운데 55 가지의 민속이 정월 14일과 15일인 대보름에 집중되어 있다고 하였다.

보름과 관련된 우리 민속은 우리나라 세시풍속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중요하게 여기고 풍년을 비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금강 하구를 옆에 낀 기름진 들을 지닌 서천에서도 대보름 맞이 준비에 바쁘다. 16일에는 기벌포 대보름제가 장항에서 열렸으며 21일 화양면 와초마을에서는 사라져가는 들풍장과 함께 하는 보름맞이 대동놀이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처럼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비는 대보름을 맞는 가운데 서천군농민회 70여명은 지난 14일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를 위해 상경투쟁을 벌였다. 하루 전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통외통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을 상정해 본격적인 안건 처리 절차를 밟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임시국회 회기를 채 20일도 남기지 않고 상정한 것은 졸속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으로 볼 수밖에 없다. 통외통외 위원장인 김원웅 의원은 "한-미 에프티에이(FTA) 문제를 18대 국회로 넘겨서 처음부터 새로 출발하자는 것은 국력 낭비"라며 “얼마 남지 않은 17대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17대 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이 정치적 책무라고 생각한다"고까지 말했다.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원들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비준을 하기를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농민들의 외침은 허공에 뜬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유구한 농사의 전통을 이어온 이 땅에서 농업마저 국제자본의 이윤 추구의 손아귀에 맡기는 일은 우리 삶의 정체성을 내놓는 일”이라며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제 또 다시 정월 대보름달은 어김없이 이 대지 위에 떠오르며 우리 삶의 본질을 일깨우고 있다. 농업을 백안시하는 산업자본이 우리 안목을 흐릴지라도 사람도 결국은 자연의 일부임을 알려주며 밝게 빛나고 있다.

휘영청 떠오르는 달은 우리에게 많은 말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이를 받아들여 달과 소통하는 방식을, 자연과 하나가 되는 방식을 우리에게 유산으로 물려주었다. 이것이 정월 대보름 민속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화폐가치로 모든 것을 환산하려는 산업사회는 달을 바라보는 마음조차 바꾸어버렸다. 그 정점에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대보름에는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고 나와 이웃들이 살아가는 근본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생각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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