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추진은 ‘이상’ 보다 ‘현실’
사업 추진은 ‘이상’ 보다 ‘현실’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3.17 00:00
  • 호수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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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 있다. 한 번 내뱉은 말, 활시위를 떠난 화살, 흘러간 세월이 그렇다. 무엇인가 이야기 하고 결정을 내릴 때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공감하게 한다. 반면 인과응보(因果應報), 사필귀정(事必歸正)처럼 말과 행동의 대가는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무서운 진리도 있다. 한 개인의 인생에서도 그렇거니와 국가나 서천군의 결정은 더욱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가나 군이 혹여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면 구성원 수천만, 수만 명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때문에 중요한 정책을 수립할 때는 여러 장치를 통해 정선해서 시행한다.

서천군의 경우 10억원 이상의 굵직한 사업의 경우 고위직 공무원과 일반으로 구성된 ‘투융자 심의’를 거쳐 군의회에 예산심의가 이루어지도록 돼 있다. 이보다 우선해 주관 부서에서는 사업 수립 전에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한 용역을 시행하고 용역 내용에는 반드시 주민의견 수렴을 명문화 하는 것이 관례이다.

지금 서천군에서는 자그마치 220억원이라는 거대한 자본이 투자되는 ‘스포츠테마파크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계획서에 따르면 국·도비를 제외하고서도 군비만 91억원이 소요된다.

반듯한 잔디 운동장과 실내체육관을 갖는 것은 서천군민들의 숙원이다. 군민들의 건강관리나 동호인들의 취미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시설이 꼭 필요하다는 말이다. 5천여 관람석을 갖춘 종합운동장과 적정수준의 스포츠 센터만 갖춰도 충분하고, 이 경우 현재 세운 예산의 절반이면 된다. 생활체육인이나 가맹단체에서도 이 정도의 수준이 서천군의 현실을 감안하면 적정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이 거대한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은 2012년에 ‘도민체전 유치’라는 명분에서다. 이 명분도 액면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도민체전보다는 각종 생활체육 대회를 유치하는 쪽이 실속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자존심을 내세운 극소수의 의견이 어느날 군민 모두의 염원으로 둔갑했다.

어찌 보면 서천군이라고 도민체전을 유치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사후의 관리문제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현실성이 희박하다는 데는 사업을 추진하는 담당자들도 의견을 같이한다.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하면서 시·도에서 경기장 유치경쟁도 치열했지만 채 1년도 못돼 사후관리에 드는 예산 때문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한다.

군으로서는 당장에 없는 살림에 쏟아 부어야 할 예산도 문제지만 국·도비만으로 가능하다 해도 충남의 16개 시·군 모두 도민체전 유치를 목적으로 대대적인 시설을 확보하려 들 것이다.

지금 세계는 커다란 경제공황의 위기를 맞고 있고 앞으로 곡물가격은 지금의 3배, 원유가는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 국·도비라고 쓰고 보자는 식의 사업은 어쩌면 우리가 예상하는 사후관리문제보다 더욱 심각한 위기를 초래해 군민들이 큰 고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군 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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