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장실 견학가는 공무원들
미국 화장실 견학가는 공무원들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4.14 00:00
  • 호수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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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가 본격화 되던 19세기에 이를 때까지 유럽의 대부분의 집에서는 화장실 시설이 없었다고 한다.

베르사이유 궁전에도 휴대용 변기가 있었을 뿐이었으며 루브르나 재판소의 방문객들은 건물 구석에서 용변을 보아야 했다. 건물의 외벽은 하녀들이 창문에서 내던진 변기의 내용물로 온통 얼룩져 있었다. 길가다가 2층에서 던지는 오물을 뒤집어쓰기가 일쑤였다. 그래서 이를 피하기 위해 모자와 망토와 하이힐이 생겼다고 하기도 한다.

인구가 도시로 모여들자 거리 투척으로는 더 이상 안되었다. 마침내 그들은 화장실을 발명해내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악취를 강화했을 뿐이었다. 1840년대 맨체스터를 여행한 마르크스의 친구 엥겔스는 어크강의 다리에서 본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어크 강바닥과 썩은 물은 인근의 하수구와 화장실의 내용물을 받아들인다. 듀시 달리 아래 왼쪽 둑으로는 쓰레기 더미가 보이고 건물의 쓰레기와 썩은 물건들이 쌓여있다. 이 강은 좁고 새카맣고 악취가 풍기며 다리 아래 오른쪽 둑에는 오물과 쓰레기가 가득차 있다. 건조한 시기에는 이 둑이 가장 구역질나는 검푸르고 끈적거리는 긴 웅덩이가 되어, 바닥에서 유독한 거품이 올라오고, 수면에서 15m 정도 위에 있는 다리에서도 참을 수 없는 악취를 풍긴다.”

이에 비하면 우리 민족의 화장실 문화는 아주 발달하였다. 우리에게는 화장실을 일컫는 말이 많다.  ‘뒷간' ‘칙간(厠間)', ‘정낭', ‘통숫간', ‘정방’, ‘변소’ 란 말들도 역시 널리 통용되었고, 절에서는 ‘해우소(解憂所)'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수세식 화장실이 결코 지속가능한 화장실문화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우친 스웨덴 정부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개발한 지속가능한 화장실 모델이 바로 우리의 재래식 화장실이라 한다. 재래식 화장실에 가보면 한쪽에는 왕겨통, 한쪽에는 사용한 휴지를 담는 통이 놓여 있다. 볼일을 보고 난 후에는 왕겨로 덮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고슬고슬한 상태에서 곧 삭아버린다. 이는 다시 거름이 되어 대지를 조금도 오염시키지 않고 순환한다.

이처럼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화장실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군 환경보호과장 외 공무원 4명이 ‘선진 화장실 벤치마킹’이라며 열흘 동안 미국, 캐나다 등지의 화장실 견학에 나선다고 한다. 서천군은 2007년 충남도에서 실시한 공중화장실 관리실태 종합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어 2천만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이 포상금으로 미국 화장실 견학에 나선 것인가. 일정을 보면 뉴욕 센트럴파크공중화장실, 뉴저지 해밀턴공원 공중화장실, 워싱턴공원 공중화장실, 나이아가라폭포 공중화장실 견학 등 북아메리카 동부지역을 오르내리며 열흘 동안 바쁜 일정이다.

미국이라면 용변도 좀 색다르고 우아하게 볼 것 같은가.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 해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심재덕(통합민주당 수원 장안) 의원은 “미국은 화장실 면에서는 개발도상국 단계”라고 단언한다. 국민 혈세 낭비하지 말고 그 돈으로 우리 공중화장실을 보다 쾌적하게 만드는 데 사용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사용했어야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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