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이 되어 꽂히는 조류 질병
부메랑이 되어 꽂히는 조류 질병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4.28 00:00
  • 호수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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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북에서 확산되던 조류인플루엔자가 경기도에서 나타나더니 25일 마침내 충남에까지 번졌다. 서천을 비롯한 인근 고을이 비상이다.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닭·오리 살처분 마리수가 600만마리를 넘어서 사상 최대를 기록하게 됐다.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조류들은 모두 이처럼 살처분돼야 하는 것일까..

독감 걸린 사람이 모두 죽지 않듯, 조류인플루엔자에 모든 새들을 죽이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 면역이 있는 한 결국 이겨낼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를 옮긴다는 철새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조류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 전달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사람에겐 이를 이겨낼 면역이 없다. 타미플루라는 예방백신이 있지만 환각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다고 한다.

철새들에 비해 닭이나 오리처럼 축산용 가금에서 조류독감 피해가 막대한 이유는 유전적 다양성의 결핍이다. 조류독감에 이길 품종을 다시 육종하면 유전적 다양성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다른 질병에 더욱 쉽게 노출될 것이다.

변한 환경에 따라 다시 바뀔 조류독감에도 속수무책일 것이다. 삼계탕, 양념치킨, 백숙, 산란용으로 특화시켜 육종한 닭은 엄격히 통제한 환경에서 사육해야 한다. 다양성이 작은 가축의 경우, 사육환경은 물론 사료까지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뜻하지 않은 돌림병에 희생되거나 발병지역과 가깝다는 이유로 강제로 도살해야 한다. 결국 사람의 욕심이 엉뚱한 가축들을 떼로 죽이고 마는 셈이다.

과거 조류인플루엔자는 그러지 않았는데 왜 요즘은 사람에게 전달될까. 전문가들은 이를 환경변화에서 찾고 있다. 갯벌매립, 오존층 파괴, 기후변화, 수질과 대기오염이 그렇고, 본성을 왜곡시키는 닭과 오리 사육시설과 조건이 그럴 것이다. 조류를 감염시키던 바이러스가 변하자 새들은 물론 돼지와 사람까지 위협받게 된 것이다.

한겨울이 아닌데도 창궐하고 있는 것이 이번 조류인플루엔자의 특징이다. 방역당국은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될 것이라 하지만 진정세를 보이던 전남에서 다시 의심사례가 접수되는 등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2월에서 이듬해 2월 사이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날씨가 따뜻해지는 3월부터는 나타나지 않아왔지만 올해는 초여름 기온에서도 바이러스가 소멸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황으로 보아 이번에 발생한 바이러스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출현한 것과는 다른 성질의 바이러스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구체적인 유전자형을 밝혀내려면 2~3달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생태계는 물론 자신의 환경마저 돌이킬 수 없게 교란하고 파괴하는 사람은 환경변화를 피부로 인식하지 못한다. 기후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서식처와 번식시기를 찾지 못하는 동식물의 혼란스러움은 사람과 공생하는 동식물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예고한다. 이는 결국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사람에게 꽂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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