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에게 강한 서천경찰
약자에게 강한 서천경찰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5.05 00:00
  • 호수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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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5일 취임한 김헌기 서천경찰서장은 취임 직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입문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정의로운 서천경찰이 되도록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9일 경찰이 장항읍 장암리 마을회관을 압수수색하며 보여준 것은 약자에게 강한 모습이었다. 고령 인구가 많은 장암리 마을에 전경 20여명을 투입한 것은 누가 보아도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장암리는 1936년 일제에 의해 제련소가 들어서며 일본 경찰에 의해 거주지를 빼앗긴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이들은 제련소가 내뿜는 중금속에 시달리며 오랜 세월을 살아왔고 지금도 토양에 쌓인 중금속으로 농사를 짓지 못해 생계가 막막한 형편이다.

이런 와중에 삼성중공업 기름유출 사고로 인해 받은 생계지원비는 단비와도 같았으리라. 그러나 실제 거주하지 않는 사람이 지원비를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며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우리는 이러한 경찰의 정당한 법집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둔다. 다만 마을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갯벌을 불법매립하여 작업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특정기업을 위해 마을을 표적으로 정해놓고 수사에 나섰다는 주민들의 주장이 더욱 설득력이 있어 이 문제를 지적하려는 것이다.

생계지원비를 받은 주민들은 마을 기금조성을 위해 적게는 몇 만원에서부터 많게는 몇 십만원까지 떼어 이장에게 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실거주자가 아닌데도 생계지원비를 받게 해준 대가로 마을 이장에게 얼마를 주었느냐는 것이 수사의 초점이다.

생계지원비 지급 대상자는 15명으로 구성된 마을심의위원회에서 1차 결정되었다. 마을 이장이 이를 확인하여 읍심의위원회로 넘기고 읍심의위원회의 확인을 거쳐 군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마을 이장이 주민들의 거주 현황을 일일이 확인하기란 매우 어렵다. 더구나 장암리는 농사를 짓지 못해 장기간 객지에 나가 돈벌이를 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한다.

마을 이장도 확인하기 어려운 일을 제보자가 있어 수사에 나섰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제보자로 알려져 주민들의 눈총을 받아온 사람이 자신도 경찰에 불려가 이미 작성된 명단을 보고 아는 대로 확인해주었을 뿐이라는 증언을 한 것이다.

생계지원비 명단은 군 유류피해지원단이 경찰에 넘겨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정황으로 보아 표적수사라 주장하는 주민들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장암리 마을 주민들은 공유수면불법매립 조선소로 인해 또 다른 고통을 당하게 되자 그동안 수차례 관계기관에 민원을 제기하였다. 주민들은 이에 대한 보복수사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마을 주민들은 기름유출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고 생계지원비를 받은 충남도내 6개 시군의 수많은 마을 가운데 유독 장암리만 수사를 하느냐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경찰은 경제적 약자인 주민들의 이러한 민심을 헤아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며 장암리 마을 사람들의 공동재산인 갯벌을 불법 매립하여 6년 동안 영업을 해온 조선소에 대해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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