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해 열사의 정신 되살릴 때
이경해 열사의 정신 되살릴 때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6.09 00:00
  • 호수 4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무현 정권이 취임 직후 미국에 가서 ‘이라크 파병’을 헌상하고 돌아온 후 WTO협상이 벌어지던 멕시코 칸쿤에서 한국의 농민운동가 이경해씨가 할복 자살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경해씨의 자살소식을 접한 전세계 농민들은 한결같이 “카길이 이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세계 곡물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카길은 세계 주요국에 1백여 개의 자회사와 1천여개 공장, 9만7천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밀, 쌀, 옥수수, 콩, 식용유, 오렌지 농축액, 커피, 육류, 맥도널드 햄버거용 쇠고기, 통닭, 통조림 등 거의 모든 종류의 농산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카길사에서 우리는 수입 식량의 60%를 들여오고 있다. 우리 식량 자급률이 25% 정도이니 우리의 식탁은 이미 미국의 일개 기업에 맡겨진 셈이며 카길사는 우리의 명줄을 쥐고 있는 셈이다.

카길은 미국 2위의 육가공업체인 엑셀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2006년 미국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며 카길은 이 엑셀사를 통해 한국에 30개월령 미만 뼈없는 살코기를 수출하였다. 그러나 뼛조각이 발견되며 수입이 중단됐다. 이에 카길은 뼈까지 수입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하였다.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여 이명박 정권은 취임 직후 미국에 가서 30개월령 이상 뼈까지 수입하겠다고 약속하고 돌아왔다. 광우병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미국 축산업계를 기사회생시켜준 것이다. 대신 우리 민족의 앞날이 위협을 받게 되었다.

이경해 열사가 “WTO가 농민을 죽인다, WTO 협상 중단하라”고 외치며 자살한지 5년이 됐다. 그동안 미국은 자국의 농민들에게 농산물을 값싸게 생산할 수 있도록 막대한 보조금을 보장한 반면 우리 나라는 이들 농산물의 덤핑 시장이 되도록 관세 감축을 강요당해왔다. 이러한 WTO보다 더욱 강력한 미국산 농산물 수입개방 요구가 한·미FTA이다.

미국은 한·미FTA 협상에서 4대선결조건이라며 한국의 쇠고기수입의 완전 개방을 요구하였다.이명박 정권은 취임하자마자 이러한 요구를 다 들어준 것이다. 전국이 들끓고 있다. 한 언론이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간 전국 성인 남녀 10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정권의 국정수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19.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 참여하는 국민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 대학생들의 조직적인 참여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카길사에서 들여온 밀과 콩으로 만든 된장으로 된장찌개를 끓여먹고 촛불집회에 나가야 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쇠고기만이 문제가 아니다. 쌀만 자급할 수 있는 수준일 뿐 밀, 콩, 옥수수 등의 여타 곡물의 자급률은 5%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우리의 주권을 당당하게 내세우기 어렵다. 이경해 열사의 정신을 되살릴 때이다. 농민을 살리고 농업을 살리는 것만이 오늘 맞고 있는 총체적인 난국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