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생명 또 한번 팔아먹은 추가협의
국민의 생명 또 한번 팔아먹은 추가협의
  • 허정균 기자
  • 승인 2008.06.30 00:00
  • 호수 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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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검역 재개…빠르면 금주 중 본격 유통

   
▲ 정부의 미국산 수입쇠고기 장관 고시가 관보에 게재된 지난 26 서천 주민 200여명이 서천역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장관고시를 26일 오전 9시에 관보에 게재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의 저항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25일 농림수산식품부가 장관고시 관보 게재를 요청하자, 수만 명의 시민들이 광화문 일대에서 밤샘 시위를 벌이다 134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또한 전국적으로 촛불집회가 열리며 정권퇴진운동으로 번져가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유통이 발효됨에 따라 작년 10월 이후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이 26일 오후부터 재개되고, 빠르면 이번 주 초부터 시중에 본격 유통될 전망이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25일에야 추가협상에 관한 ▲추가 고시(부칙) 문안 ▲미국 무역대표 및 농무부 장관 서한 ▲추가 검역지침 중 일부내용 합의문 등 3개 문서를 공개했다. 여기에 나타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유통에 따른 문제점들을 알아본다.<편집자>

지난 14일 미국과 추가 협상을 한다며 미국으로 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일주일 후인 21일 귀국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기간 동안에 7차례(공식 5차례, 비공식 2차례)에 걸친 한·미 통상장관의 쇠고기 추가협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러한 협의에 대해 “기대 이상의 성과가 있었다”는 반응을 나타냈으며 미 국 무역대표부(USTR) 그레첸 하멜 부대변인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게 됐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러나 미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21일 발표한 '소식지(USTR NEWS)'는 미 무역대표부 수전 슈워브 대표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에서 7일간 한 쇠고기 추가협의에 대해 '협상'(negotiation)이 아닌 '논의'(discussion)로 표현했다.

이번 추가 협의에서 합의한 내용은 △30개월령 이상 미 쇠고기의 수입을 방지 △4개부위 (뇌, 눈, 척수, 머리뼈) 수입차단 △한국정부의 검역 권한 강화 등 3가지이다.


◇30개월령 미만 수입

미 무역대표 수잔 슈워브와 미 농업부장관 에드워드 샤프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정운천 농림부식품부 잔관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한국에서 진행 중인 한국인들의 논의에 비추어, 우리는 30개월령 미만의 소에서 생산된 미국산 쇠고기만을 교역하겠다는 한국 수입자와 미국 수출자들의 자율 결의를 환영한다”며 “이러한 민간부문의 조치는 한국 소비자들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경과조치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출은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개선하기 위한 '과도기적인 조치'(transitional measure)"라고 한 것이다.

또한 서한에서 미국은 “이러한 자율 결의를 지원하기 위하여, 미 농업부는 농산물유통법에 따라 미국 정부에 의해 관리되는 “한국을 위한 30개월 미만 연령 검증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출하기 위한 민간 육류수출업체의 '품질체계평가(QSA)'가 민간자율 규제 이행을 '보증'하기 위한 것이 아닌 ‘지원’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QSA는 특정작업장의 제품이 일정한 품질 기준을 준수하는지 정부가 증명해주는 것으로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잘 알고있는 '품'마크라고 생각하면 쉽다. 30개월 이상을 수입금지한다는 QSA 프로그램은 그 기간을 미국 기업이 정한다. 따라서 그 기간은 길어야 1년 정도로 예상되며 그 이후에는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들어온다.

반면에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은 특정 국가에 농축산물을 수출하기 위해선 꼭 지켜야 한다. 미 농무부 농업유통국은 해당 국가에 수출하기 위한 조건을 업체가 지키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어기면 수출을 금지시킨다. 예를 들어 지난해 10월까지 미국 축산업자들은 한국에 수출하기 위해 ‘30개월 미만, 뼈없는 살코기’라는 수입위생조건을 지켜야 했다.

이번 추가협의에서 정부는 EV 대신 QSA를 채택함으로써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입 금지를 미국 민간기업의 자율규제에 맡긴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물건을 사는 입장에서 보면 파는 사람에게 내가 원하는 물건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함에도 정부는 이를 포기해버린 것이다.


◇광우병 위험부위

정부는 광우병 위험물질을 들어오지 않도록 막았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는 ‘눈가리고 아웅’의 전형이다 이번에 추가된 부칙 8조는 “30개월 미만 소의 뇌, 눈, 머리뼈, 또는 척수는 특정위험물질 혹은 식품안전 위해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수입자가 이들 제품을 주문하지 않는 한, 이들 제품이 검역검사과정에서 발견될 경우, 해당 상자를 반송한다”로 되어있다. 이들 4개 부위는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베트남, 태국 등에서는 특정위험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도 30개월 미만의 이러한 부위가 안전하다는 것이다. 또한 주문이 있으면 반입할 수 있다는 것인데 주문이 없는데도 보내는 경우가 있는 것인지 해괴한 조항이다.

정부가 전면적으로 수입을 허용한 곱창이나 막창도 EU에서는 특정위험물질이다. EU는 십이지장에서부터 직장에 이르는 모든 내장과 장 사이에 붙어 있는 장간막까지 제거를 의무화하고 사료로도 쓸 수 없게 하고 있다. 한국사람이 즐겨먹는 곱창, 척수조직이 포함되는 회수육, 편도가 붙어있는 혀도 수입된다. 정작 한국사람이 잘 먹는 광우병 위험부위는 하나도 막지 못했다.

뼈에서 발라낸 살코기인 '선진회수육'의 위험성도 여전하다. 광우병 위험물질은 아니지만 광우병 우려가 제기되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선진회수육의 경우 피자나 햄버거 등 학교급식, 단체급식에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그 위험성은 더욱 크다.


◇검역주권정부는 추가협상으로 검역주권도 상당부분 회복했다고 한다. 그러나 30개월 이상인지 아닌지 판단할 아무런 근거도 없다. 살코기, 갈비, 곱창, 혀, 사골, 꼬리뼈 등 한국에 수입되는 부위는 한국에서 몇 개월짜리 인지 알 방법이 없다. 미국의 업자가 30개월 미만이라고 딱지를 붙이면 그것을 믿어야 할 뿐이다. 미국 수출업자들이 나이를 허위로 기재하더라도 적발할 방법이 전혀 없다.

부칙 9조는 “본 수입위생조건 제24조의 해석과 관련하여 상기 강화된 검사기간 동안 또는 일반적인 검사에서, 2회 이상 식품안전 위해가 발견되면, 한국정부는 미국정부에 해당 작업장의 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 이 요청을 받는 대로 미국정부는 해당 작업장을 중단시켜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위반사례가 2차례 이상이 되어야 그것도 미국정부가 중단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에서 우리나라에 수출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작업장이 600개가 넘는 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업장이 한 번씩 위반을 하면 600번까지 위반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우리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것이다.

◇각계 반응
촛불집회가 차츰 격해지고 있는 가운데 각계에서 이러한 정부의 협상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오늘(26일) 오후 3시 헌법재판소에 '고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했다.

민변은 “변경된 고시는 종전 고시의 위헌성을 본질적으로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번 고시가 발효될 경우 미국산 쇠고기가 당장 시중에 유통되어 국민의 건강권 등 기본권의 심각한 침해가 발생하여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명백히 예상되고 그 피해는 돌이킬 수 없으므로 본안판단 전에라도 고시의 효력을 정지시킬 긴급성이 매우 크다. 헌법재판소가 사안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깊이 받아들여 신속한 결정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며 가처분신청 제출 사유를 밝혔다.

자유선진당은 26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쇠고기 고시와 관련해 이날 오후 서울 행정법원에 장관 고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를 내기로 했다. 선진당은 향후 무효확인을 위한 본안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박선영 대변인은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쇠고기 고시'는 행정절차법 제41조가 규정하고 있는 입법예고 기간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함과 동시에 무효확인을 위한 본안소송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쇠고기 고시 강행으로 총파업을 선언하고 26일 오후 5시 파업 출정식을 가졌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 산하 운수노조가 이날 수도권과 부산 등 냉동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운송 저지'에 나섰다.

한편,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정부의 고시 강행에 대해 이번 추가협상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팔아먹은 또 한 번의 사기극일 뿐이라고 밝혔다.                      <허정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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