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유산보다는 자연유산을
산업유산보다는 자연유산을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6.30 00:00
  • 호수 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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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인리 화력발전소 부지 내 2012년 폐지 예정인 발전설비(4,5호기) 철거부지(81,649㎡)를 매입하여 ‘문화창작발전소’로 만들겠습니다.” 이는 작년 대선 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공약이다.


이러한 구상은 한나라당에서 처음 내세운 것이 아니다. 시민단체인 문화연대에서 10여년 전부터 주장했다고 한다.

2004년 노무현 정부의 문화부는 2004년 이창동 장관 재직 때 발전소 자리를 복합문화시설로 개발할 것을 추진한 바 있다. 이름까지 똑같은 ‘문화창작발전소’였다.

외부용역을 주어 기본구상까지 꾸렸지만 “국가 중요설비로 용도대체는 곤란하다”는 산자부의 반대에 따라 무산된 바 있다.

당인리 발전소가 문화창작발전소로 거듭 태어나는 일이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고 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국전력공사 자회사 한국중부발전은 발전기를 지하로 옮기고 지상은 공원화하겠다는 타협안을 내놓았다.

500MW급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발전기 2대를 땅 속 30m에 묻고 그 위는 대형굴뚝의 독특한 외관을 살린 예술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LNG 발전소가 위험하고 인체에 유해하다며 이전요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와 똑같은 일이 우리 군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군은 산업시대 유산을 활용한 창의적 문화공간을 조성한다며 구 장항제련소를 복합문화공간화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오능 3일과 4일에 국제 심포지엄도 마련해놓고 있다.


구 장항제련소는 해방이후 우리나라의 유일한 비철금속 제련소로 큰 역할을 했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일제의 수탈의 상징으로 그 영욕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또한 제련소가 내뱉은 중금속으로 인해 아직도 많은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군은 전망산 위로 올라간 연통과 산 정상에 치솟은 굴뚝을 리모델링하여 관광자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다.

1978년 엘에스산전에 의해 일제 때의 것을 허물고 다시 세운 굴뚝의 수명이 다하면 다시 굴뚝을 세우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러한 군의 구상이 금강하구의 천혜의 자연유산을 백안시 한 듯하여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제련소가 있는 전망산 일대는 백제가 황해를 지중해 삼아 해양왕국을 건설했을 때 수도인 사비성의 관문이었던 군항이자 온갖 수산물로 넘쳐나던 어항이었다. 또한 전망산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관광자원이다.


이러한 곳이 제련소 굴뚝이 내뿜던 중금속으로 범벅이 된 채 방치되어 있다. 이를 말끔히 걷어내어 조상들이 물려준 자연유산을 되찾는 일이 앞서야 할 것이다.


산업화를 선도하던 제련소는 전망산 한켠에 작은 박물관을 지어 기념해도 충분하다. 자연유산을 되살리는 일이 지속가능한 경제를 가능케 하는 일이며 후세에게도 떳떳하고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어메니티 서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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