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가 같은 식량과 에너지 위기
뿌리가 같은 식량과 에너지 위기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7.14 00:00
  • 호수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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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와 관련된 협정 이후 전국은 혼란스럽다. 가히 1980년대를 보는 듯하다. 그러면 왜 세계 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신뢰하지 않을까. 확률이 낮다지만, 낮은 광우병 발생 확률이 소비자에게 위로가 되지 않지만, 미국의 소 사육과 도축 방식이 광우병 발생을 완벽하게 차단할 정도로 믿음직스럽지 않다는 데 있다.

반추위를 가진 소는 목초나 건초를 먹어야 하건만 미국의 소는 대부분 옥수수를 먹는다. 목초를 먹는 소는 1퍼센트에 불과하다. 악취가 진동하는 축사에 수만 마리 이상 빼곡히 갇힌 대부분의 미국 비육우는 성장호르몬이 처방되는 가운데 분쇄한 옥수수에 콩과 동물성 단백질을 섞은 사료를 먹으며 쑥쑥 몸집을 키운다. 그렇게 사육되던 미국의 비육우는 평균 2년 이내에 도살된다. 더 자라면 사료에 비해 몸집이 느리게 불어나기 때문이다.

분쇄된 사료 때문에 되새김질을 할 수 없는 소는 답답해 스트레스를 받고,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질병을 유발시킨다. 그뿐이 아니다. 지나치게 많은 육질 사료는 몸에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영악한 축산과학은 미리 항생제를 주입하는 것으로 해결한다. 미국산 소가 먹는 육질사료는 도축 과정에서 나온 돼지와 닭의 내장과 골격을 가공한 것이다. 한데 미국의 돼지와 닭도 분쇄한 옥수수를 주로 먹지만 도축한 소의 부산물인 내장과 뼈를 먹는다. 광우병 교차오염을 염려하게 한다.

사료로 사용되는 미국의 옥수수는 드넓은 토지에 집중 경작한다. 그런 옥수수는 유전적 다양성이 없다. 단일 작물을 밀집한 까닭에 해충의 피해를 심하게 받고 환경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살충제와 제초제는 물론, 상당량의 화학비료를 살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살충제와 제초제와 화학비료는 석유를 가공해 만든다. 거대한 옥수수 밭은 기계의 도움이 없으면 경작이 불가능하다. 무거운 농기계와 비행기까지 동원해야 한다. 그런 기계는 막대한 석유 없이 움직이지 못한다.

옥수수에서 100칼로리의 영양을 얻으려면 대략 석유 1000칼로리를 소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전한다. 그런 옥수수는 가격이 저렴하다. 미 정부의 보조금 때문이다. 농부에게 돌아가는 몫은 얼마 되지 않는다. 파산을 면할 정도. 대부분은 옥수수를 사료로 가공해 파는 다국적기업에 돌아간다. 다국적기업의 운영자가 그런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비자운동가들은 그런 현상을 ‘회전문’이라고 비판한다. 정부에 들어가 자기 회사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만든 다음, 기업으로 돌아가 이익을 챙기는 현상이다.

미국 산 비육우는 부드럽다. 근육 사이에 지방이 물결친다. 그런 고기를 얻기 위해 송아지부터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근육에 장애가 생겼다. 지방이 단백질보다 많을 정도다. 죽는 날까지 옥수수 위주의 사료만 먹은 까닭이다. 옥수수 10킬로그램 이상을 먹이면 살코기 1킬로그램을 얻을 수 있다. 미국산 쇠고기 1킬로그램을 먹으면 옥수수 10킬로그램 이상 소비한 셈이 된다. 그 옥수수보다 10배가 넘는 석유 에너지가 사라진 셈도 된다. 비단 광우병만이 걱정의 전부가 아니다. 지구 반 바퀴 돌아오는 미국산 쇠고기 소비는 식량과 에너지 위기를 자초한다.

지금 세계는 식량과 에너지 위기가 동반되고 있다. 식량이 부족해 폭동이 일어나는 국가가 있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불사해야 할 정도로 석유 값은 치솟았다. 그 와중에 다국적기업은 다량의 옥수수를 바이오디젤로 전환한다. 이윤을 높이려는 의도인데, 값 싼 미국산 옥수수가 밀려들어오면서 농업 기반을 잃었던 멕시코는 현재 비상이라고 한다. 미국산 옥수수가 디젤연료로 전환되면서 옥수수 가격이 비등했던 것이다.

주식이 옥수수인 멕시코보다 미국의 옥수수 소비가 훨씬 많다고 한다. 쇠고기 과소비와 옥수수 시럽이 들어간 음료수 때문이다. 미국의 비만은 상상을 불허한다. 다이어트와 의료에 들어가는 비용이 막대하다. 사료와 당분으로 옥수수를 지나치게 소비한 이후의 일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우리는 미국산 옥수수도 수입했다. 그것도 유전자를 조작한 거로. 우리가 그런 미국을 왜 흉내내야 하는 걸까.

 

   

▲ 박병상
성공회대 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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