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하구친환경생태공원과 신개발주의
금강하구친환경생태공원과 신개발주의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9.22 12:09
  • 호수 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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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은 습지의 고장이다. 남으로 금강하류의 내륙습지가 있고 갯벌로 된 연안습지가 서쪽을 둘러싸고 있다. 이러한 습지를 찾아 온갖 철새들이 서천으로 몰려들고 있다. 그 종류도 다양할 뿐 아니라 개체수도 매우 많다. 과연 서천은 습지의 고장이자 철새들의 고장이라 할 만하다.

이토록 많은 새들을 바라보는 일은 우리 서천 사람들에게는 일상이지만 외지인들에게는 생경한 체험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을 위해 금강호변에 탐조대와 조류 전시관이 마련되어 서천을 알리고 있다.

그런데 군은 그 탐조대 옆 갈대숲에 150억원을 들여 공원을 조성한다고 한다. 금강하구친환경생태공원이 내건 이름이다. 기존의 탐조대를 중·보수하고 전시관 옆 갈대숲 146,000㎡(4만4천여평)에 공원시설과 주차장 등을 들여앉힌다는 것이 주내용이다. 목적은 ‘어메니티서천’에 부합하는 자연친화적인 테마공원을 조성하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이는 자연친화적이지도 않거니와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하는 사업이자 국민 혈세만 낭비할 뿐이라는 사업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여느 동물도 마찬가지이지만 새들은 겁이 많은 동물이다. 멀리서도 사람이 나타나면 경계심을 품고 접근할 기미가 보이면 훨훨 날아가버린다. 새들을 연구하는 조류학자들의 탐조활동에는 위장막이 필수인 것만 보아도 새들이 유난히 사람을 경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공원이 들어설 장소는 만을 이룬 곳으로 바람을 막아주어 많은 철새들이 찾아와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특히 헤엄을 칠 줄 모르는 도요물떼새들이 금강하굿둑 아래 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다 만조가 되면 인적이 드문 이곳으로 날아와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이러한 곳에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이들이 살아갈 공간을 빼앗는 일이다. 이를 두고 ‘친환경 생태공원’이라 말 할 수 있겠는가. 환경을 파괴하고 생태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인간 중심의 ‘공사판’이라 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휴식을 위한 수변공간이라면 현재 금강하굿둑공원이면 충분하다.

예전의 개발주의는 국가 주도로 환경을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폭력적으로 파괴하였다. 그러나 신개발주의라 불리는 오늘의 개발주의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전면화와 맞물린 시장 지배 사회의 도래를 배경으로 환경을 더욱 유기적이고, 전면적이고 교묘하게 파괴하고 있다. 즉 환경을 그 자체의 내재적 가치보다는 경제적 가치나 개발 이익을 창출하는 대상으로 간주하여 더욱 깊숙이 시장과 자본의 매커니즘으로 포섭함으로써 치명적인 자연 파괴와 환경 오염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서천에 이러한 신개발주의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신성리 갈대밭을 새로 꾸민다면서 연못을 파고 암석을 갖다놓는 일이 바로 이러한 신개발주의의 한 맥락이다.

이러한 사업에는 모두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 금강하구친환경생태공원에는 국비와 도비 109억4천600만원과 군비 40억5천400만원이 들어간다. 이처럼 막대한 돈을 들여 이득을 보는 측은 과연 누구인가. 극소수의 건설업자들 밖에 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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