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축제에 부쳐
전어축제에 부쳐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09.29 16:15
  • 호수 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마다 가을이면 서천 앞바다에 전어떼가 몰려온다. 이때가 되면 어부들은 신바람이 나고, 인심도 후해져 포구마을에는 웃음꽃이 피어오른다. 전어가 몰려들 때의 포구풍경도 시대에 따라 변천을 해왔다. 지게로 퍼나르는 모습이 60년대 풍경이라면, 70년대에는 리어카, 80년대는 경운기, 지금은 트럭이다.

전어는 콩을 수확하고 난 후의 콩대불에 재를 잔뜩 뒤집어쓰고 은근하게 구워져야 제맛이라고 한다. 콩대불은 아니더라도 비늘도 긁지 않은 채 통소금에 한 시간정도 절였다가 아궁이불에 석쇠 얹어 구우면 기름이 지글지글 흘러나오고, 냄새는 동네방네 퍼져나가 이웃들 후각까지를 자극한다. 오죽하면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우스갯말도 있다.

전어는 우리나라 연근해 어종으로 동서남해안과 일본 중부 이남해역, 발해만 동중국해 등에 분포되어 있다. 큰 회유는 하지 않지만 보통 6∼9월에는 바깥바다에 있다가 10∼5월에는 연안의 내만으로 이동하여 생활한다. 산란기는 3∼6월경으로 떼를 지어 몰려와서는 개흙을 먹으며 연안의 얕은 바다, 특히 만내의 밑층에 산란한다. 산란기는 봄철이지만 여름철에 충분한 먹이활동을 하고 성장하기 때문에 일 년 중 가을 전어가 가장 맛이 좋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충청도, 경상도, 함경도에서 전어가 많이 나는 것으로 되어있으나 특히 서천산 전어는 금강과 서해가 만나는 최적의 생육 환경과 풍부한 갯벌이 어우러져 전국 최대의 전어 집산지이자 그 맛 또한 전국 최고를 자랑한다.

이러한 전어철을 맞이하여 서면 홍원항 일원에서 전어축제가 열리고 있다. 소득창출을 위해 지난 2000년부터 지역민들이 개최하기 시작한 전어축제는 고시된 가격을 적용해 원천적으로 바가지 요금을 없애고 양식이 아닌 서천 앞바다의 자연산 전어만을 취급하는 점 등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관광객 또한 증가해 축제기간 동안 방문객이 30만 명을 돌파하고 총소득이 40억여원을 넘어서기도 하였다.

이처럼 인기가 높아지며 우려되는 것이 값싼 양식 전어나 중국산의 침투이다. 실제 이같은 일이 벌어져 서천 전어의 명예가 떨어져 주변 상가에까지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먹을거리 이동이 장거리화 됨에 따라 수산물마저 국내산을 맛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 서해 전역에서 흔전만전했던 전어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지역에서 열리는 전어축제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서해를 살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고스란히 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를 염두에 두어 축제를 여는 측에서는 축제기간 서천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홍원항전어축제위원회에서는 “자연산 전어만을 취급하고 푸짐한 양과 친절로 고객들에게 서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겠다”고 축제 준비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다. 이러한 다짐이 행사장 곳곳에 스며들어 관광객들이 바다의 소중함을 느끼고 또 다시 서천을 찾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전어축제가 되기를 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