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본분
공무원의 본분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10.20 14:47
  • 호수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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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은 존귀하고 민은 비천하다고 생각했던 절대왕조 시절의 관리들은 백성 위에서 군림하는 자세로 백성들의 고혈을 짜냈다. 조선 왕조시대에 그 대표적인 예는 방납의 폐단이었을 것이다.

방납이란 지역 특산물로 납부하는 조세의 하나인 공납을 중간에서 상인들이 대신하여 납부해 중간이윤을 얻는 행위를 말한다. 백성들은 그 지역에서 납부해야 하는 특산물이 생산되지 않거나 어떤 이유로 이를 구할 수 없을 경우 멀리 가서라도 토산물을 구해서 납부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방납인들은 이윤을 더욱 챙기기 위해 관청의 서리배나 향리에게 뒷돈을 주어 백성들이 구하기 힘든 토산물을 더욱 못구하도록 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되면 더욱 백성들은 방납인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방납인은 더욱더 높은 가격을 부르게 되고 이러한 폐단은 백성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지게 된다. 오늘로 말하자면 ‘정경유착’의 전형인 셈이다.

헌법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있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며 공무원들은 주인인 국민을 섬기는 머슴이나 심부름꾼과 같은 것이다. 서양에서도 장관을 뜻하는 미니스터는 주인인 매스터를 섬기는 하인이라는 뜻이다.

관리들에 의한 민의 수탈이 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주의 시대에도 횡행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리들과 일부 국회의원들이 쌀소득보전직불금을 타먹은 것이다. 경자유전의 원칙이 깨진 것도 문제이지만 이같은 땅을 임대해준 상태에서 실제 경작자에게 가야 할 쌀보전직불금마저 가로챈 것은 공직자들의 기강해이 차원을 넘어 한 국가의 기틀을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일이 서천에서도 발생했다. 공무원이 직위를 이용 사적인 이득을 취하고자 한 행태가 드러난 것이다. 또한 쌀직불금을 신청한 전·현직 공무원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5년 일부 개정된 대통령령의 공무원의청렴유지등을위한행동강령 10조에는 “①공무원은 직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거나 타인이 부당한 이익을 얻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 ②공무원은 자기 또는 타인의 부당한 이익을 위하여 소속기관의 명칭 또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되어있다. 이를 정면으로 위배한 사건이 본지에 의해 밝혀졌다.

또한 1982년에 제정된 공무원윤리헌장실천강령에도 공무원은 “공익우선의 정신으로 특정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차별적 특혜를 거부한다”고 되어 있다. 이같은 법과 윤리를 어겨가며 사익을 추구한 공무원을 전수조사하여 밝혀내고 부정 수령자의 수령액을 전액 환수하는 한편,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지난 17일 한승수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문에서 밝혔다. 이같은 약속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투명하게 지켜져야 할 것이다.

아무리 난세라도 기개있는 선비는 있는 법이다. 조선 중기 방납의 폐단을 뿌리뽑을 대동법 실시를 위해 일평생을 바친 잠곡 김육과 같은 이가 바로 그러한 예일 것이다. 오늘에도 이같은 정신을 지닌 공무원들은 얼마든지 있다. 이러한 공무원들이 많아질 때 국민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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