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너텍’으로 보는 세상
‘커너텍’으로 보는 세상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8.11.17 12:00
  • 호수 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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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부터 2006년 7월까지 재직했던 전 서천군청 해양수산과장 정아무개씨가 4일 뇌물수뢰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이다.

김경호 코레일 사장, 한수양 포스코 건설 사장, 김승광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정장섭 전 한국중부발전 사장, 강원랜드 김아무개 팀장, 지식경제부 이아무개 사무관……, 모두 ‘커너텍이라는 회사에서 뇌물을 받아 구속된 사람들이다.

이 회사의 누리집 ‘회사소개’에는 서천화력발전소 사진도 올라있다. 정 전 사장이 뇌물을 받았다는 2004년 서천화력 ‘질소산화물 저감설비’ 사업을 이 회사에서 했기 때문일 것이다.

커너텍, 연소기 사업 전문업체로 근래에는 친환경에너지 자원개발 전문업체로 산업자원부의 에너지절약유공자 ‘은탑산업훈장’, (사)소비자시민모임으로부터는 ‘에너지위너상 및 에너지기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구마줄기처럼 드러난 비리사건을 보면 뇌물 없이는 사업을 할 수 없는 나라인지 비애가 느껴진다.

전 서천군청 해양수산과장 정아무개씨의 구속소식을 접하면서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순해 빠져서 늘 고생이라던 사람이 단독으로 부임 몇 개월 만에 서천화력발전소 탄재 매립부지(신재생에너지 단지 부근)에 양어장 부지 ‘토지 임대 및 전대차 계약’을 빨리 체결해 주는 조건으로 4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군청 전 현직 공무원들은 해양수산과 특성상 부임한지 불과 반년 만에 정씨 단독으로 이런 일을 처리했을 리 없다고 말한다.

경위는 양식업주가 서천화력 측에 임대를 요청했으나 거절하자, 당시 실세인 아무개 장관을 통한 로비로 서천군에 임대하고, 서천군은 다시 양식업주 한아무개씨와 전대차 계약을 한 것으로 요약된다. 사건은 전차인의 양어장 사업의 부도처리 과정에서 밝혀졌고 수사 중이다. 수사가 종결되면 전말이 알려지겠지만, 서천화력이나 서천군은 외압과 뇌물에 얽혀 공공자산을 부적절하게 처리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전대차(轉貸借)는 임차인(서천군)이 임대인(전대인, 서천군)이 되어서 제3자(전차인, 한아무개씨)에게 유상 또는 무상으로 사용·수익시키는 계약이다. 이는 임차인이 임차물에 투하한 많은 자본을 임대차기간 만료 전에 회수하는 한 방법으로 이용된다.

그러나 이 경우는 서천군이 투자한 것도, 회수할 것도 없어 다만 한아무개씨가 토지를 유용할 조건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특히 민법에서는 건물임차인이 그 소부분을 타인에게 사용하게 한 경우에만 예외를 둘 뿐, 원칙적으로 전대차를 금하고 있다.

정권교체 때마다 부패척결을 외치지만, 만연한 부패의 고리는 도대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많은 부정부패 사건은 공직사회와 무관하지 않다.

10월에 대검에서 공개한 ‘2007년 범죄통계백서’에 따르면 7878명의 공무원이 입건됐고 35.4%인 2787명이 기소됐다. 이중 뇌물 수수가 1364명으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6~5급 공무원의 범죄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리신학자 라인홀드 니이버는 인간에게 권력적(Authority), 지적(Intelligent), 도덕적 교만(Moral), 영적 교만(Spiritual pride)이 있다했다. 6~5급, 공무원의 꽃이라 했다. 권력을 가지고 있을 때, 잘 안다고 생각될 때, 타인의 그릇된 행동을 볼 때, 자신을 돌아보라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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