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광산과 장암리
석면광산과 장암리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9.01.12 15:53
  • 호수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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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자재, 방화재, 전기절연재 등으로 쓰이는 석면은 섬유모양의 마그네슘이 많은 함수규산염(含水硅酸鹽) 광물이다. 일제 때인 1930년대에 개발되어 운영되었던 석면광산이 있는 충남 홍성과 보령 일대의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환경부가 무작위로 215명 조사한 결과 100여명에게서 석면폐와 흉막반, 폐섬유화와 같은 석면병이 관찰되었다.

석면폐는 석면이 폐에 쌓여 딱딱하게 굳는 질환이고, 흉막반은 석면이 흉막을 뚫어 두껍게 만드는 질환이다. 이 중 석면폐는 폐암이나 악성중피종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남도에 따르면 충남지역의 석면 광산은 홍성군에 8곳, 보령지역에 7곳과 예산과 서산에 모두 3개곳 등 18곳이 있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최근까지 운영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곳에서 1971년부터 2006년까지 4천531㏊ 광구면적에서 모두 33만5천여t의 석면이 채굴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지하수의 오염 여부를 가리기 위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나섰고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석면피해의 원인을 제공한 석면광산이 모두 문을 닫은 지 오래되어 가해자가 사라져 버렸다. 20~30년의 오랜 잠복기로 인해 가해자를 찾기 어려운 석면피해의 특징 때문에 일본이나 유럽 나라들은 석면특별법을 만들어 피해자를 구제하고 있다.

이웃 고을 주민들의 이러한 아픔을 보며 동병상련의 정을 느낀다. 한편 바로 우리 고장 장항읍 장암리의 토양오염과 주민들의 집단 암발병 사태를 다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재작년 5월 제련소를 끼고 살았던 장암리 주민들의 암발병 사태가 세상에 알려지며 정부는 주민 건강영향조사와 토양정밀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채 주민 이주 문제 등을 포함한 오염 토양에 대한 처리 대책으로 올해 예산 107억원을 확보한 상태이다.

그동안 군이 장암리 문제에 대해 대처해온 바를 보면 지나치게 소홀했다는 생각이다. 오염된 전답에 농사짓는 대신 경관작물을 심게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보상이 적어 주민들은 우선 살아야 되지 않느냐며 군의 요구에 불응하여 다시 경작을 하는 형편이다. 또한 오염토양에 대한 문제를 제쳐두고 전망산에 문화관광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취소하는 등 무원칙을 드러냈었다.

장암리가 어떤 곳인가. 삼국시대에 ‘기벌포’로 백제의 수도 사비성의 관문이었으며 <삼국유사>에 ‘장암’이란 지명이 나타나는 유서 깊은 곳으로 금강하구의 지리적, 수리적 요인이 결합하여 근세에 이르기까지 그 역사가 살아 숨쉬던 곳이었다.

이러한 곳을 파괴한 것은 일제가 세운 비철금속 제련소였다. 생태적 환경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독극물에 쏟아부어 이에 스러져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광복 이후 오늘까지도 중금속 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이어지고 있다. 6.25 전쟁 이후에는 다이옥신을 배출하는 각종 탄피, 전선줄 등을 소각하기도 하였으며 월남전에서 쓰던 것까지 실어와 태우기도 했다는 증언이 있으나 이에 대한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군은 제련소 주변 장암리 주민들의 생계 문제에 적극 관심을 기울이고 전망산을 중심으로 한 주변지역의 오염토양 제거에 적극 나서서 옛 기벌포의 명성을 복원하는 데 힘을 쏟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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