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꾸미축제는 갯벌축제여야
주꾸미축제는 갯벌축제여야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9.03.23 12:11
  • 호수 4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크게 편안한 동네’라서 태안(泰安)인가. 예로부터 태안에서는 태풍과 같은 큰 바람도 없고 인근 연안 해역에서 큰 파도도 없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그러나 현재 태안은 큰 아픔을 겪고 있다.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 누출 사건으로 인한 여파가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이다. 태안이 누렸던 ‘크낙한 편안함’은 자연과 하나됨에서 비롯되었다. 그 하나됨이 파괴되었을 때 지역 주민들의 삶은 재난으로 나타났다.

그런 태안이 4월 24일 꽃박람회를 연다고 한다. 도차원에서 태안의 이 박람회를 홍보하고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게 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다. 우리 군에서도 입장권을 억지로 사도록 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다시금 우리를 둘러싼 자연환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주꾸미축제가 시작되었다. 주꾸미가 어떤 동물인가. 갯벌에서 알을 낳고 자라 갯벌에서 평생을 마치는 동물이다. 우리는 이제 이런 주꾸미를 이용하여 잔치를 벌이고 소득을 얻으려 하고 있다.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 주꾸미가 서식할 환경을 보호하고 이의 중요함을 알리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주꾸미 축제는 갯벌 축제이다. 서해갯벌이 온전히 살아있을 때 주꾸미는 굳이 값을 쳐주지 않아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포구마다 웃음꽃이 넘치고 공동체 정신으로 충만했었다.

그러나 돈이 지고지선의 목표인 현재 주꾸미는 그야말로 금값이 되었다. 서천 특화시장에서 1kg당 2만5천원에 팔리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주꾸미 값이 오른 줄만 알지 그것이 갯벌을 파괴해온 대가라는 사실에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

주꾸미철을 맞아 서해안 곳곳에서 주꾸미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갯벌에 보전에 대한 의식은 전혀 없으면서 이벤트를 동반한 ‘돈벌이’에만 급급하다. 공급 물량이 모자라면 이웃 동네에서 꾸어오기도 하거니와 심지어 돈만 된다면 중국산도 거리낌 없이 들여올 태세다.

이 모든 것이 경제성장이 최고의 미덕으로 여겨온 병적인 ‘증후군’이 아니겠는가. 후손을 생각하는 마음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게 돼버리고 말았다. 이의 연장선에서 군산복합화력발전소에 ‘보상금을 받는 대신 나의 삶의 터전을 내주겠소’하고 동의 하고 나선 것이다.

이제 우리 고장은 우리 고장의 자연 환경을 밑천으로 ‘주꾸미 축제’를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돈을 번다면 앞으로 더더욱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준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자연, 즉 갯벌의 소중함을 알려야 할 것이다.

이렇게 나아갔을 때 서천의 주꾸미축제는 전국적으로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고 이를 아는 전지구인이 참여하고 싶어할 것이다. 이를 선도하여 할 군은 이러한 사상과 철학을 깊이 간직하고 서천 주꾸미 축제를 지구적인 차원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

태안의 꽃박람회 축제를 보며 다시 생각한다. 태안이 언제 꽃에 매달려 살았던가. 꽃은 박람회를 열지 않아도 시절에 따라 피고지고 할 뿐이다. 그들이 속해있던 자연 환경에서 격리되자 이처럼 도시인들에게 예속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주꾸미 축제를 가능케 한 것은 무엇인가. 주꾸미 축제를 통해 갯벌을 되돌아보고 이를 잘 지켜나가자는 계기로 삼도록 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