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한가위 됐으면
포근한 한가위 됐으면
  • 박노찬
  • 승인 2002.09.19 00:00
  • 호수 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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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순조 때 한양의 연중행사를 기록한 ‘열양세시기’에는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는 말이 쓰여져 있다.
천고마비의 좋은 절기에 새 곡식과 햇과일이 풍성하여 그동안 허리띠 졸라 메며 고생했던 시름을 모두 잊고 모처럼 이웃을 돌볼 수 있는 넉넉함까지 가질 수 있는 날이기에 조상들은 추석을 명절 중에서도 으뜸이요, 365일 가윗날만 같기를 소원했으리라.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번 추석은 많은 사람들에게 가슴아픈 명절이 될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수확기를 앞두고 태풍피해를 입은 농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명절을 보낼 수밖에 없고 최근 제수용품을 비롯한 추석 성수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들은 옹색한 추석을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래서일까? 추석이 내일 모레인데도 지역 내 모 노인복지원과 오갈 데 없는 병자들이 모여 사는 수양원 등에는 온정의 손길이 예년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한다.
소년소녀가장들 역시 자매결연을 맺은 후원자들로부터 조차 이번 추석에는 조그마한 선물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모두가 함께 즐기고 기뻐해야 할 명절이 상대적 소외감 속에서 더 우울하고 고통스럽게 보내야 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것은 우리사회의 불행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 모두가 그 불행을 조금씩 나눠볼 수 있는 베품의 미덕을 실천해보자. 보릿고개 시절 쌀 한 줌씩을 모아 굶주림에 허덕이는 이웃을 보살폈던 좀도리의 지혜를 되살려 조금씩 조금씩 온정을 나눈다면 다가오는 추석은 넉넉한 보름달 모습처럼 몹시 포근할 것이다.
나눔과 베품의 아름다움이 스며 있는 그런 추석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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