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축제 이대로는 안된다
모래축제 이대로는 안된다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9.05.18 12:07
  • 호수 4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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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 계절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의 서해안은 곳곳에 해안사구가 발달하였다. 해안사구가 가지고 있는 기능은 매우 다양하다. 우선 해안사구는 모래의 창고이며 천연의 방파제이다. 사구는 바닷물과 접하는 긴 띠를 이룬 모래사장으로부터 공급되는 모래를 저장하고 있다가 태풍, 해일 등 자연재해에 의해 모래사장의 모래가 유실되면  저장하고 있던 모래를 다시 공급한다.

또한 해안사구는 지하수의 저장고이기도 하다. 모래로 이루어진 사구는 모래 입자 사이에 무수한 작은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을 빗물이 메워 물을 저장하고 바닷물의 침입을 막는다. 밀도가 높은 바닷물은 민물보다 무거워 함께 섞이지 못하기 때문에 사구에 저장된 물은 순수한 민물이다. 이처럼 사구에는 많은 지하수가 포함되어 있어 사구의 배후에 습지가 형성되게 마련이며 예로부터 이런 습지를 농지 등으로 사용해 왔다.

사구는 물의 정화능력도 탁월하다. 모래가 정수기의 필터와 같은 역할을 하여 물에 포함된 이물질을 걸러내는 것이다. 이점을 이용해 강물을 끌어 들여 사구를 통과하는 방법으로 물을 정화하기도 한다.

금강하구를 낀 우리 지역에는 서해안 어느 지역보다 해안사구가 발달하였다. 국립생태원과 해양생물자원관이 들어설 서천이고 보면 이러한 해안사구는 서천군의 자산이 아닐 수 없다.

그 가운데 장암리에서 송림리에 이르는 사구가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사구라 할 만하다.

모래터라 불리는 이곳 사구는 고려 때 평장사를 지낸 문신 두영철이 장암진에 유배와서 모래찜질을 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 모래는 철분과 우라늄 성분이 많아 각종 질병에 효험을 보이고 있다는 속설이 전해져 오며 앉은뱅이가 일어섰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마을 사람들은 앉은뱅이가 일어선 날인 음력 4월 20을 모래의 날로 정하고 모래찜을 해왔다고 마을 노인들은 증언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모래찜을 하는 날이면 신발도 밖에 벗어두고 모래사장에 들어가 솔잎을 깔고 미역국을 먹어가며 모래찜을 했다고 한다. 미역국을 먹어야 효과가 배가된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모래의 날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장항읍민들의 모래축제가 열렸다. 하굿둑을 막는 바람에 모래 유입이 차단되고 각종 개발에 원형의 모습은 크게 파손되어 모래를 밖에서 운반해와 행사를 치렀지만 옛 전통을 이어간다는 데 의의를 둘 만하다. 그런데 옛 전통을 복원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 유흥 잔치로 흐르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해안 사구라는 자연이 베푸는 고마움을 되새기고 사구 복원을 위한 다짐을 하는 계기가 돼야 할 터인데 작년과 마찬가지로 줄잡아 1백여대가 넘는 자동차들이 모래사장을 짓밟으며 깊숙이 들어와 주차하고 있어 오히려 사구를 훼손하고 있었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모래축제는 ‘모래사장 대량 주차의 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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