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암리 주민 밀어젖힌 ‘꼴갑축제’
장암리 주민 밀어젖힌 ‘꼴갑축제’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9.06.08 10:26
  • 호수 47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랜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장항에서 축제를 열고 있다. 이름하여 ‘꼴갑축제’다. 꼴뚜기와 갑오징어가 제철인 시기를 맞아 서천~공주간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많은 사람들이 장항을 알리고 수산물이 풍부한 장항을 방문해 주십사 하는 염원도 담겨있다고 한다.  모처럼 치르는 이러한 행사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이 행사가 장암리 일원의 유채밭에서 치러지는 모습을 보고 지적을 아니할 수 없다. 이 땅이 어떤 땅인가. 제련소가 토해낸 비소 등 중금속에 오염되어 농사를 짓지 못하고 경관작물로 유채를 심어놓은 땅이 아닌가. 장암리 주민들의 한이 맺힌 땅인 것이다.

군은 그동안 수 차례 이곳에서 재배된 농산물을 수거하여 소각한 바 있다. 최근 환경부의 정밀 조사로 이곳 토양오염의 실태가 명확히 밝혀지자 군은 아예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하고 보상비 몇 푼을 주며 유채를 심도록 했다.

주민들이 농사를 포기하고 유채를 심은 대가는 턱없이 적은 것이었다. 1ha에 100만원이 표준이다. 1천평에 33만원꼴인 셈이다. 이 마을에 사는 한 주민은 작년 가을 이곳의 땅 700여평을 트랙터로 갈아엎고 6일 동안 2명이 땅을 고르고 하여 유채를 심어 보상비로 21만원을 받았다 한다. 이 보상비는 트랙터를 들여 댄 ‘갈이삯’ 30만원에도 훨씬 못미치는 돈이다.

이렇게 해서 일군 유채밭에 차일을 치고 잔치를 벌이는 모습을 바라보는 장암리 사람들은 치미는 분노심을 누르고 있다.

수많은 이웃들이 암으로 세상을 뜨고 채소 하나 심어먹지 못해 생계 유지마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그동안 군은 이렇다 할 지원을 해준 적이 없었다.

이들의 안방에서 잔치를 벌이는 사람들은 이들이 느끼고 있을 좌절감을 생각이라도 했는가. 이러한 잔치에 3천만원을 지원한 군의 담당자들은 이들이 느끼고 있을 소외감을 헤아리기라도 했는가.

작년 환경부가 충북대학교에 의뢰해 장암리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을 상대로 실시한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 사태가 심각함에 따라 현재 2차 정밀검진이 진행되고 있다. 아름다움을 뽐내는 유채꽃의 이면에는 이처럼 장암리 주민들의 절규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