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니티 서천’과 조선소
‘어메니티 서천’과 조선소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9.07.06 13:36
  • 호수 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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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니티(amenity)란 인간이 생태적·문화적·역사적 가치를 지닌 환경과 접하면서 느끼는 매력·쾌적함·즐거움이나 이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를 말한다. 서천군이 이를 표방하여 ‘상당히 잘 돼가고 있다’고 타지에 제법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장항읍 원수리 일대를 보면 ‘어메니티 서천’의 실상을 낱낱이 알 수 있다. 민가와 담 하나 사이를 두고 조선소가 있는 것이다. 길 하나 건너 중학교도 있다. 최근 이 조선소에서 만든 첫 배의 진수식에 군수가 참여하여 팡파르를 울렸지만 주변 주민들은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밤중까지 소음이 그치지 않아 잠을 이루기 어렵고 유기용제가 함유된 페인트 분진이 날아와 차량 위에 내려 앉으면 차량 도색을 뚫고 들어가 차량을 녹슬게 하고 있다. 사람의 폐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일을 충분히 사전에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5만톤 급의 배를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가 바로 주택가 옆에 자리잡을 수 있었다는 것부터 의문이다. 더구나 그 지역에는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었다. 조선소는 많은 고용창출을 할 수 있지만 심각한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을 일으킨다. 조선소가 들어선 경남 통영의 한 지역의 주민들이 내건 슬로건은 ‘창문좀 열자, 잠 좀 자자, 빨래 좀 널자’였다.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장항에서처럼 조선소와 주택가가 맞붙어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이것이 ‘미·감·쾌·청’을 지향하는 ‘어메니티 서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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