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죽이는 칠레협정
농민 죽이는 칠레협정
  • 뉴스서천
  • 승인 2002.11.07 00:00
  • 호수 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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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난히 비가 잦았다. 봄철에는 비가 자주 와서 농사일이 수월하더니 여름철에는 비바람으로 곳곳이 피해가 많았다.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자 차가운 빗소리는 추수기 농부들의 마음을 더욱 차갑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소식은 4백만 농민들에게 가을비보다 더 차갑게 느껴지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농민들은 김대중 정부를 지지했고 믿어왔지만 이 정권은 밀려오는 세계 경제의 파고를 막아내지 못하고 점점 수면 아래로 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위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에 우리나라도 적절한 위치를 자리 매김 하면서 농민·농업을 희생양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분야의 희생은 우리 농민이 이중적인 소외와 버림받음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는 현 정부가 세계화 질서에 편입되면서 농업을 희생시킨 것이며, 다른 하나는 미국자본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한·칠레의 자유무역협정 추진에서 나타난바와 같이 칠레의 농업분야의 큰손인 미국자본에 의해 생산된 농산물이 그대로 우리나라에 직수입된다. 그래서 미국은 당연히 각국의 등뒤에서 WTO 등의 프로그램을 통한 농수산물 개방 압력을 가하게되어 있다. 그 이면에서 미국자본과 한국농민들이 힘 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참에 미국은 한·칠레 협상을 빌미로 칠레 수준의 개방압력을 가속시킬 속셈도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러한 상황에 정부는 한국농민들에게 힘을 주기보다는 농업을 지키려는 의지나 대안이 없이 칠레 협상에 응한 것이다. 칠레는 이번 협상에서 자국의 금융개방을 막아내었고, 일본은 농업분야의 피해를 막아내기 위해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의 협정을 맺음으로써 농업 지키기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농업은 이 상황으로는 회생이 어려운 실정이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는 지경이다.
어떻게 해야하나? 참으로 막연하고 암담한 현실이다. 그래도 할말은 농민생존권을 위한 외침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진부한 말이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우리 농업의 특수성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밖에 달리 말할 수 없다.
이제 경쟁이 시작되어한다. 모든 산업이 같은 조건에서 경쟁되어야 할 것이다. 왜 농업분야만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해야하는가?
농업의 특수성이란 때론 경쟁산업으로 접근하기에 어려운 점도 있다. 공산품처럼 생산을 조절할 수 있거나 오랫동안 보관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욱이 식량은 나라의 안보와도 직결되는 산업이다. 한 자루의 총은 몇 사람을 넘어뜨리지만 먹거리는 무한의 사람에게 기근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농업은 사회에 간접적으로 좋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별히 수도작를 위한 논들은 충주호의 수 십개를 대신하는 홍수 방지기능을 하고 있으며, 벼이삭이 품어내는 산소의 량을 돈으로 환산하면 천문학적의 돈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의 정서 함양에 영향을 주는 농작물들이 천대받거나 소외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생각한다.
<칼럼위원/ 함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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