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학교축제문화를 위하여
바람직한 학교축제문화를 위하여
  • 뉴스서천
  • 승인 2002.11.14 00:00
  • 호수 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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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의 10월은 축제의 달이다. 현장체험학습이라는 소풍, 체육대회, 학생축제 등등 학교의 행사가 많은 달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와 같이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예외 없이 학교축제가 열렸다.
체육활동과 민속놀이로 엮어진 놀이마당, 요리, 도자기 굽기와 교과학습과 관련된 체험마당, 미술 작품을 비롯한 시화 등 학생과 학부모들의 작품을 전시한 작품전시마당, 그리고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공연마당 등이 축제의 내용이었다. 다양하고 유익한 프로그램들로 짜여졌고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여 좋은 시간들이 되었다고 평가되었다.
축제가 끝난 후 축제를 준비하고 추진했던 선생님들과 학생회 대의원들이 모여 축제에 대한 평가회를 가지면서 반성을 하기도 하였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축제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경축하여 벌이는 큰 잔치나 행사를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있다. 무엇인가를 기념하거나 경축한다는 말인데, 요즈음의 학교축제를 보면 그저 단순한 잔치에 가깝다.
무엇을 경축한다는 것인가? 학교 행사가 있는 날이면 학생들은 ‘노는 날’이라고 한다. 학교 행사가 학교교육의 한 부분임에도 노는 날로 여기는 까닭은 무엇일까?
교육적인 의의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양하고 유익한 프로그램들로 짜여진 축제이지만 교육적인 의의를 찾지 못한다면 학교축제가 아닌 단순한 잔치에 불과한 것이 된다. 교육적인 의의를 학생들이 찾지 못하는 것은 학교축제를 진행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계획에서부터 진행 과정, 마무리, 평가 등의 일련과정에서 학생들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저 마련된 잔치에 참여하여 노는 것이다. 학교축제는 학생들의 축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늘 뒷전이고 교사들에 의해 주도되고 학생들은 시키는 대로 따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진정 자신들 스스로가 해야할 일, 아니 할 수 있는 일조차 교사들이 해주길 바란다. 그런 과정에서는 교육적인 가치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학생들에 의해 계획되고 추진되는 축제이어야 학교축제로서의 의의를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교사는 방향을 제시해 주고 지켜보면서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며, 모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그런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학생들이 의견을 일방적으로 무시한다거나 비교육적이라는 명목으로 묵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교사들에 의해 주도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준비하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교사와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성공적인 학교축제가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학교축제가 그저 관례적이고 형식적인 일회성의 행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리라고 믿는다.
학교축제의 내용 면에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학교축제라고 해서 학교교육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애향심을 기르는 차원에서 지역사회의 의미를 일깨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예를 들면 장항의 금강하구의 옛 명칭은 기벌포이다.
기벌포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곳인지를 제대로 아는 학생들은 별로 많지 않다.
백제가 신라에 의해 망한 것은 기벌포에서 패했기 때문이고, 신라가 당나라를 몰아낼 수 있었던 것도 기벌포에서의 승리에 기인한 것이었다. 이런 기벌포가 가진 역사적인 큰 의미를 깨닫고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서천군내의 다른 학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각 지역마다 그 지역사회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교육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추진한다면 지역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재경/장항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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