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밤으로 전하는 특별한 이웃사랑
알밤으로 전하는 특별한 이웃사랑
  • 이미선 기자
  • 승인 2010.11.08 10:02
  • 호수 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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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면 지현1리 강정구씨

 

▲ 강정구씨.
산을 돌아다니며 한 톨 한 톨 정성스럽게 주운 밤을 주변 이웃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강정구(70·한산면 지현1리·사진)씨.

소싯적 목수로 일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 나갔던 강씨는 지난해 유일한 가족이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적적해진 마음의 빈자리를 이웃사랑으로 채워가고 있다.

“운동도 할겸 산에 오르다보니 떨어진 밤을 줍는 게 습관이 돼 버렸네유”

몇 해 전부터 건강이 악화되자, 우연한 기회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는 강씨는 수확을 마친 밤나무 주변 자잘한 밤들을 줍는 게 이제는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주운 손때 묻은 밤들은 강씨가 살고 있는 지현1리와 2리 마을주민들에게 손수 건네졌다.한집 당 2kg씩의 보따리로 포장된 밤들이 도착한 곳은 자그마치 221가구.

강씨는 작은 것이라도 이웃들에게 베풀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특별한 이유랄 게 있남유. 혼자 사는데 이런 낙이라도 있어야쥬”

나눔은 마음에서 우러날 때 더욱 애틋해지는 것이라며, 알뜰하게 집안 살림을 챙기듯 말하는 정구씨. 그런 강씨의 모습은 어느 시골 아낙의 바지런함을 무척이나 많이 닮아있었다.

강씨의 나눔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값지게 써달라며 지난해 2백만원의 후원금을 한산면사무소에 기탁한 것이다. 또 올해 3월에는 (사)대한노인회 한산면분회(분회장 박윤화) 한산경로당(회장 최봉례)측에 양말 50켤레와 1백만원의 기부금을 전달키도 했다.

2달도 채 남지 않은 달력을 바라보던 강씨의 올해 마지막 소원은, 내달 20일 결혼을 앞둔 딸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엄마 없이도 곱게 자라준 두 딸이 대견한 듯 잠시 두 눈가가 촉촉해진 정구씨.
“아직은 두 발로 온전히 걸을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봉사라도 하는 것 아니겠냐”며 담담한 어조로 한 낮 따뜻한 양지에 서서 말을 이었다.

젊었을 적 하루 벌어 하루를 생활하기에도 빠듯했던 시절 ‘봉사’란 그저 시간 많고 돈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일종의 전유물이라 여겼다는 강씨.

얼마 전부터는 종교에 귀의하면서 여태까지와는 또 다른 인생을 설계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돈벌이가 없어도 이렇게 나눌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에유 그렇츄(허허)?”

커다란 너털웃음만큼이나 호기로운 강씨의 미소가 따가운 밤송이 속 고소한 알밤처럼 우리의 온 미각을 자극하는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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