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보다 갯벌이 생산하는 에너지가 더 크다
발전소보다 갯벌이 생산하는 에너지가 더 크다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0.12.13 00:20
  • 호수 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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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두 번씩 조수가 드나드는 금강 하구 갯벌은 거대한 스펀지와도 같다. 미세한 틈마다 바닷물이 스며들었다가 햇빛에 노출되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갯벌에 무수한 생명이 깃들 수 있는 원초적 힘은 플랑크톤이다. 고운 개펄 속에는 1그램에 10억 마리 이상의 식물성플랑크톤이 매달려 광합성 작용을 한다. 이 덕분에 식물성플랑크톤을 먹이로 동물성플랑크톤이 살아가고 다시 이를 먹이로 하는 조개와 게들이 서식하며 수많은 어족자원이 산란을 위해 금강하구로  몰려든다.

여기서 부화한 치어들이 다시 먼 바다로 나가 서해 어장을 형성하니 금강하구는 인체의 자궁에 비견될 수 있다.
이 뿐인가. 식물성 플랑크톤이 내뿜는 산소를 호흡하며 우리는 살고 있고 조개와 게들이 성장하면서 두툼해지는 탄산칼슘 껍질은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해 준다. 여기에 육상에서 쏟아내는 온갖 유기물질을 자연스레 정화하므로 금강하구 갯벌은 인체의 콩팥이요 허파나 다름없다.

우리 식탁에서 생선, 조개, 젓갈 등을 늘 대할 수 있는 것도 금강 하구갯벌에서 비롯된 생태계가 살아 있기에 가능하다. 이들을 공급해주는 어민들에게는 금강 하구갯벌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갯벌이 생산하는 에너지는 발전소가 생산하는 전기 에너지보다 더 크며 더구나 어민들에게는 지속가능한 삶을 담보해주고 있다.

군산복합화력발전소가 지난 6월부터 본격 가동되면서 이러한 곳에 주변 온도보다 8도나 높은 온배수를 쏟아내고 있다. 그 양은 초당 17톤, 1년에 6억톤이라 한다. 이로 인해 금강하구의 수온이 상승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발전소 측에서는 1도 정도 올랐다고 말하고 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지난 100년 동안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 표면의 수온 상승이 평균 0.67도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충격이다. 이로 인한 대재앙이 예고되고 있다. 전국 김 양식의 10%, 충남의 90%를 차지하는 서천의 김양식업이 궤멸될 수 있다고 어민들은 말하고 있다.

발전소가 본격 가동되며 엄청난 양의 바닷물고기 알과 치자어들이 취수구로 빨려들어가고 있음을 어민들이 확인하였다 한다. 발전소 건립 당시였던 지난 2008년 2월 발전소 건립 반대를 위해 대규모로 집회를 벌였던 어민들이 지난 7일 또 다시 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라며 군산복합화력발전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어민들은 남획을 금지한다며 어민들을 형사입건하면서 발전소가 자행하는 만행은 모르쇠하는 정부를 강력하게 성토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4월 검은머리물떼새와 환경운동가, 지역어민 등이 지식경제부를 상대로 제기한 군산 복합화력발전소 공사계획인가처분 취소 소송에서 “인가처분이 위법하지만 취소 할 수는 없다”는 이른 바 사정판결(事情判決)을 내린바 있다. 사정판결이란 원고의 청구를 인정하면서도,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의 복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원고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말한다.

“이미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복합화력발전소가 무용지물이 되는 등 적지 않은 사회적 손실이 예상된다”는 것이 판결 이유였다. 많은 어민들의 목숨은 보이지 않는 것인가. 금강 하구갯벌의 생태계를 온전히 보존했을 때 얻는 이익이 더 큼을 감안하여 정부는 군산복합화력발전소의 이전을 추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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