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남탄신 160주년 기념 세미나 강연문<2>
■ 월남탄신 160주년 기념 세미나 강연문<2>
  • 민경배/백석대 석좌교수
  • 승인 2010.12.19 21:36
  • 호수 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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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재선생과 한국현대사<2>

 

▲ 민경배/백석대 석좌교수

지난 1일 서울 YMCA 대강당에서는 ‘월남 선생 탄신 160주년 기념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다음은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한 민경배 박사(백석대 석좌교수) ‘이상재 선생과 한국현대사’가운데 두번째 글입니다.

 

3. YMCA가 있었기 때문에

이상재선생님과 같은 분이 그 정신과 의지를 불태울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했습니다. 사실 YMCA는 그분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로서는 최상의 것이었습니다.
당시 한국기독교회의 위상과 그 세계성 그리고 국내 조직으로서는 최초의 근대적 엔진을 구비한 단체, 영 지 체의 활동 강령과 그 범위, 이런 것들이 이상재선생님의 활동 이상과 여지없이 상통하였던 것입니다.
YMCA가 아니었던들 그의 영혼과 기력을 다 기우릴 무대가 제공되지 아니하였을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YMCA와 이상재선생님, 그 어느 하나의 선후(先後)를 가린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4. 한국 기독교의 Desk

한국 YMCA는 본래 서울 북촌의 양반자녀들을 흡수하기 위해서 세운 일종의 교회형태였습니다. 한국교회가 부서층(婦庶層)을 그 구성원으로 하였기 때문에 귀족이나 상류 양반층 교회접근이 차단된 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형태의 기독교는 정식 교회보다는 사화와 접촉하는 데 훨씬 단면(斷面)이 넓었습니다. 말하자면 교회의 데스크 노롯을 한 것이 YMCA였던 것입니다.

데스크는 실상 바깥 세계와 접촉하는 최전선입니다. 그 기관의 얼굴이요 창구인 것입니다. 예수님도 하나님의 아들도 직접 세상에 오셔서 사람들과 만났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데스크였습니다.
이상재선생님이 YMCA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에는 이미 한국교회가 세계적인 교회로 부상한 때였습니다. 1905년 노일전쟁에서 러시아가 아세아의 신흥 군사국가 일본에게 패전했을 때 백인 기독교서양문명은 결정적인 이미지 손상을 입고 있었습니다. 몰락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평양에서 당시 사도이후의 획기적 사건이라고 할 만한 성령의 역사를 경험하여 세계적인 교회로 갑자기 부상하였던 것입니다. 이제 기독교의 살아있는 모습, 그 강력한 힘이 다시 떠 올라온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아세아에 두 강력한 세력이 등장한 사실을 세계가 목도한 것입니다.

하나는 군사대국 일본이요, 다른 하나는 세계적인 기독교회의 한국이었습니다. 그 한국 세계부상의 엔진이 평양의 길선주, 서울의 이상재였습니다. 그런 한국 기독교의 데스크로 이상재선생님이 나타났던 것입니다. 그렇게 중요한 시점에 한국교회에 이상재선생님이 안 계셨더라면, 그 결정적 승리의 순간을 놓치고야 말았을 것입니다.   


5.  나이 들수록 더 많이 일하는 인간상

우리는 그의 삶을 보면서 나이 들수록 점점 더 왕성하여간 그의 사역과 그 영향력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에는 40이 지나면 노인으로 볼 정도였습니다. 한데 그분이 YMCA에서 실무 일을 보기 시작한 나이가 58세였습니다.

당시로서는 가히 늙마였습니다. 그리고는 73세에 민립대학 기성회 회장, 74세에 조선일보(朝鮮日報) 사장, 77세에 신간회(新幹會) 회장, 그리고 그 한 달이 지나서 세상을 떠납니다.
사실 그가 사장직을 맡았던 조선일보사는 동아일보의 민족주의 계에 반대하던 사회주의 계 곧 좌익의 아성이었습니다. 반기독교와 반선교사 및 반 미션교육 이론을 악랄하게 전개하던 신일용(辛日鎔)이나 박헌영(朴憲永)과 같은 자들이 이 신문사의 기자들이었습니다. 거기 가신 이유가 왜 따로 없었겠습니까.

그런 포용력이 신간회 회장까지 맡게 된 배경입니다. 신간회는 한국에서 좌파와 우파가 통합한 전무후무한 결정체였습니다. 기독교의 한 거인이 이런 좌우합작의 거대한 일을 처음으로 해냈던 것입니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가 가고 나서는 아직까지, 그리고 더 혹독하게, 그 갈등과 반목은 비극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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