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대한 오해 (2)
신문에 대한 오해 (2)
  • 장호순/순천향대 교수(신문방송학)
  • 승인 2011.03.05 02:30
  • 호수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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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호순/순천향대교수(신문방송학)
무역의 세계화로 상품거래에 장벽이 사라졌다. 호주산 소고기, 중국산 채소로 만든 아침을 먹고, 중동에서 수입한 석유로 움직이는 외국산 자동차를 타고, 직장에 도착하면 브라질에서 수입한 커피에 쿠바산 설탕을 넣어 마신다. 심지어는 먹는 생수도 외국산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농촌생활에서도 세계화는 뚜렷하다. 소, 돼지에게 먹이는 사료는 카길과 같은 다국적 기업에 의해 유통되는 미국이나 남미산 곡물이다. 새 봄에 뿌리는 종자역시 외국기업에서 개발한 품종들이 많다. 질소비료 등 화학비료는 중동산 석유에서 추출한 화학물이다.


우리생활에서 세계화와 무관한 것이 있다면 신문이다. 신문은 무역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제적인 신문도 없다. 즉 토요다나 현대와 같은 세계적 자동차 브랜드나 코카콜라나 맥도날드같은 전세계적 식품회사도, 애플이나 삼성과 같은 세계적 전자업체가 신문업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사람으로서 미국에서 수입한  고급지인 뉴욕타임스를 읽는 사람이나, 값이 싼 중국산 신문을 한국신문 대신해서 읽는 사람은 없다. 굳이 한국사람만 그런 것은 아니다. 중국사람도, 미국사람도, 일본사람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품질이 좋다는 이유로 다른 나라 신문을 수입해오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언어가 다르기 때문일까? 그렇지도 않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같은 영어권인 영국이나 호주 뉴질랜드에서 판매되는 부수는 극히 적다. 영국사람이나 미국사람 중 값싼 이유 때문에 인도의 영어신문을 읽는 이는 없이다.


신문이 세계화에서 예외적인 이유는 신문이 상품으로서 갖고 있는 독특한 특성, 바로 뉴스가치 때문이다. 신문은 어디서 만들었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뉴스가 들어있는가가 중요하다. 한국사람들이 중국이나 미국의 신문을 읽지 않는 이유는 그들에게 필요한 뉴스가 거의 들어 있지 않거나 있어도 매우 적기 때문이다.
코카콜라는 세계어디에서나 마시는 사람의 갈증을 해소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신문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사람의 뉴스갈증을 미국이나 일본신문이 해소해주지 못한다. 한국신문만이 할 수 있다.


한 국가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필요한 뉴스가 다르기 때문에 신문은 전국지보다 지역지가 보편적이다. 한국만 유독 전국지의 비중이 90%에 이를 정도로 아주 예외적으로 기형적으로 신문시장 구조가 형성된 나라이다.
전국지와 지역지의 비율은 각 국가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데, 영토의 크기보다는 역사와 문화등과 관련이 깊다. 호주는 영토는 넓지만 전국지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반면 인구나 면적이 호주와 비슷한 캐나다는 전국지가 없이 지역지만 존재한다. 뉴질랜드나 스위스 같이 영토가 작은 나라도 전국지가 아예없다.


전세계 신문시장이 국제지나 전국지 대신 지역지 중심으로 형성된 것은 지역지 고유의 경쟁력 때문이다. 전국지는 국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뉴스는 독자의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지만, 각 지역별로 다른 뉴스 수요는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현재 독자여러분의 가정이나 직장에서 구독하는 전국지를 살펴보라.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뉴스가 얼마나 있는가?)


반면 지역지는 국제뉴스, 전국뉴스, 지역뉴스를 모두 전달할 수 있다. 독자들에게 필요한 뉴스를 골고루 제공할 수 있는 신문은 지역지가 유일하다. 세계화시대에도 신문은 지역신문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런데 한국은 지역지가 전국지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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