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의 힘
칭찬의 힘
  • 김 종 성 충남교육감
  • 승인 2011.03.26 01:16
  • 호수 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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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십 리 길을 걸어서 공주 시내로 중학교를 다녔다. 그 당시 1960년대는 사교육이라는 말은 없었고, 단지 대학생 과외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공부도 학교에서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학교수업이 파하고 집에 오면 농사일을 거들어야 했다. 가장 많이 홀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등하굣길에 걸으면서 외우는 것이었다.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며칠 전이었다. 영어선생님께서 방학과제를 주셨다.
1학기동안 배운 부분까지 영어교과서를 외워오라는 것이었다. 많은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불평했다. 나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녔지만 그동안 걸으면서 외웠던 실력을 발휘해 집안일 쉬는 틈틈이 열심히 외웠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영어수업 첫 시간에 선생님께서 교과서를 외운 학생은 손들라고 말씀하셨다. 뜻 밖에 손을 든 학생은 나 혼자였다.
선생님께서 몇 개 과를 외워보라고 하셨고, 나는 어느 정도 자신 있게 준비한대로 술술 외웠다. 그 때 선생님께서는 분에 넘칠 만큼 칭찬을 해 주셨고, 이 칭찬은 내 삶의 방향을 바꿔 놓은 계기가 됐다.


그 후 영어공부에 자신감이 생겼고, 모든 교과 성적도 상위권으로 올라서기 시작했다. 시골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당시 대처인 공주시내 중학교로 진학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던 성적이 나도 모르게 향상됨을 느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영어에 늘 자신감을 가졌다.


이는 대학에서도 영어를 전공하는 끈이 되었으며, 영어교사로 20년 넘게 교단에 설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나는 우리 선생님들이 칭찬과 격려로써 학생들을 지도했으면 한다. 학교현장에 비난과 꾸지람보다는 칭찬과 사랑이 넘쳐나길 희망한다. 우리 사회에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칭찬 문화가 물결치길 바란다.
우리는 어느 세계적인 음악가, 미술가, 작가, 운동선수, 과학자 등 기라성 같은 인물에게서 어린 학창시절 선생님의 칭찬과 격려 말씀 한 마디가 평생의 좌표 역할이 되었다는 사례를 종종 듣는다.


칭찬과 아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아부는 상대방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하는 말이다. 아부는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꾸미는 거짓이 들어 있고, 말하는 사람의 이기심과 사심(邪心), 흑심(黑心)이 담긴 말이다.
그러나 칭찬은 진실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상대방의 좋은 점을 찾아 잘 한다고 추어주는 말이다. 칭찬을 잘하는 사람이 되려면 상대방의 매력 포인트를 신속하고 정확히 보는 눈썰미가 필요하다.


칭찬은 사실에 근거해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다면 아부하는 말이지 칭찬이 아니다. 그리고 칭찬하는 명확한 이유가 제시되어야 한다. 칭찬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막연하게 하는 칭찬은 감동이 없다. 특히 막연한 칭찬이 반복되면 이는 무성의를 넘어, 듣는 사람이 칭찬하는 사람의 멘트를 하찮게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칭찬할 거리가 생겼을 때 즉시 실행해야 한다. 경과 시간과 칭찬의 효과는 반비례한다.
나중에 칭찬한다는 것은 다시 그 상황을 구성해야 하는 어려움과 어색함이 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하는 칭찬보다는 진실성이 담긴 음색으로 크게 소리 내어 표현하는 것이 좋다.


모든 사람은 칭찬과 인정(認定)에 굶주려 있다. 학생들에게도 칭찬이 필요하지만 동료선생님, 교장선생님, 학부모, 지역주민 모두 마찬가지다. 윗사람께도 칭찬해드릴 수 있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개선해야 할 건설적 비판이라면 가급적 1:1로 하는 것이 좋지만, 칭찬은 공개적일수록 더욱 좋다.
우리교육청은 ‘바른 품성 5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 이를 착근시키고 이제 가정과 지역사회로 이를 확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칭찬하기’는 질서지키기, 공경하기, 봉사하기, 나라사랑하기 등 다섯 가지 덕목 중에서도 모두(冒頭)이다. 이는 상호간의 휴먼네트워크에 있어 인정하고 배려하는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까닭이다.
3월 새 학기다. 새로운 만남이 시작된다. 미래 꿈나무들의 원대한 희망과 꿈이 하늘로 뻗어가고 있다. 이러한 학교현장에 서로서로 칭찬과 격려하는 울림이 가득하길 바란다.
칭찬문화의 힘으로 학생들의 싹튼 꿈이 우람하게 쑥쑥 자라나고 알차게 영글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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