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평 전성시대
자평 전성시대
  • 뉴스서천
  • 승인 2011.08.11 13:03
  • 호수 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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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평(自評)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가 한 일을 스스로 평가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자신을 낮추는 것이 미덕이었으나 요즘은 어떤 식으로든 자기를 알리는 것이 바람직한 일로 여기고 있다.


정치가나 사업가, 연예인 등도 자신을 알리는데 모든 정력을 쏟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교육, 종교 분야 등에까지 만연된 사회풍토가 굳어지고 있다.

얼마 전 서천군의회 의원들이 해외연수를 준비하면서 공무국외연수 심의위원회를 열어 여행계획 등을 심의했다.

이번 심의에서는 해외연수의 방향이나 목적 등을 뒤로 하더라도 심의위원 구성에 문제점이 지적됐다.
6명의 심의위원 중 당사자인 군의원이 2명이나 포함돼 ‘제논 물대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심의에서 근거로 하고 있는 서천군의회 의원 공무국외연수 및 심사위원회 설치운영 규칙은 2009년 6월 의회규칙 제9호로 제정됐다.

물론 규칙상 위원회의 구성은 위원장 1명을 포함한 6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위촉 위원은 대학 교수 또는 교육기관 관계자, 시민단체 대표, 서천군의회 의원 등으로 과반수 이상은 민간인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정해져 있다.

문제는 엄연히 이 규칙은 군의회 의원을 대상으로 정한 것임에도 의원들 자신이 규칙을 정하고 시행하고 있으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정상적으로 행한다면 심의위원 전부를 민간인 등으로 구성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의 국외여행에 따른 서천군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 규칙은 더욱 가관이다.

5명으로 구성되는 심사위원 모두 부군수, 정책기획실장, 문화관광과장, 총무과장, 재무과장 등 당연직 위원이다.

공무원들의 공무국외여행 심사를 공무원 자신들이 스스로 심의하고 평가하는 이상한 제도인 것이다.
적어도 사회 통념상 또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아무렇지 않은 일처럼 벌어지고 있다.

서천군의회는 뒤늦게(?)라도 이러한 사정을 알았으니 고쳐보겠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지만 왠지 공허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공직자들에게 조금만 빈틈이 보이면 추상같이 혼내고 불법이니 탈법이니 따지셨던 분들이기 때문이 더욱 안타깝다.
아니, 몰랐다기보다는 눈을 감았다는 게 맞다.

내가 다른 사람의 평가를 받느니 나 스스로 후한 평가를 하는 것이 차라리 속이 편했는지도 모른다.
이 같은 도덕적 불감증이 이른 바 사회 지도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인식이다.

공직자들은 이제라도 눈치보지 말고 소신있는 생활로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뻔뻔한 자평의 전성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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