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인
■ 기자수첩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인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1.12.12 10:15
  • 호수 5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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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대 배병삼 교수(정치사상)는 공자나 맹자를 통해 유교의 정치사상을 연구하는 정치학자이다. 배 교수에 따르면 유교는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기초 성분으로 본다.
“수치심이 인간의 기본 조건인 까닭은 부끄러움만이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 능력과 또 부정에 대한 증오심의 싹을 틔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더불어 살기 위해 필수적인 마음가짐인 이 부끄러움에서 파생한다. 또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는 감수성에서 공분(公憤)의 능력, 즉 증오심이 자라난다. 맹자가 “수오지심이라, 부끄러움과 증오심은 정의의 씨앗(羞惡之心 義之端也)”라 주장한 것은 이 때문이다.”
공자는 “덕과 예로써 다스릴 때라야 인민은 부끄러움을 갖고 또 스스로 바로잡을 수 있다.(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고 말했다.
서천에서 바라보는 요즈음 중앙 정치권의 움직임은 정치인 자체가 이러한 부끄러움을 상실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에 오염된 탓일까. 우리 지역에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지역공동체를 수렁으로 몰아넣는 일이 이따금 발생한다.
지난해 한 군의원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격증을 동료 군의원의 부인이 경영하는 건설사에 대여하는 범법행위를 저지르고도 부끄러워할 줄 몰랐다. 최근 서천장례식장 인수를 두고 두 전·현직 군의원이 개입함으로써 마을 공동사업으로 운영하려는 것을 가로챘다는 비난이 지역 사회에서 빗발치고 있다. 이는 부정에 대한 증오심의 표출이자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한 자정의 요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사자는 어떤 진정성 있는 사죄나 해명도 없다. 한마디로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것이다. 이는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는 독소이다. 이를 그대로 용인하면서 미래를 설계한다는 것은 위선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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