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위협하는 ‘갯벌양식 육성·지원법’
지역경제 위협하는 ‘갯벌양식 육성·지원법’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2.01.09 11:59
  • 호수 5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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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공납(貢納)은 국가 수입의 60%를 차지하는 주요한 세원이었다. 지방의 특산물을 국가에 바친다는 소박한 충성 개념에서 시작됐지만 종류가 수천 가지가 넘었다 한다. 문제는 불평등한 부과 기준이었다. 공납은 군현·마을 단위로 부과돼 가호단위로 분배되는데, 각 군현의 백성 수와 토지 면적이 달랐음에도 부과 액수는 비슷했다. 한 군현·마을 안에서 대토지를 가진 양반 지주나 가난한 백성도 같은 액수를 부담하거나 더 많이 부담하기도 했다.


그 지역에서 나지 않는 특산물을 부과하면 업자가 이를 대신 납부해주고 수수료를 받았는데 이를 방납(防納)이라 했다. 인조 16년(1638) 충청감사였던 김육은 “공납으로 바칠 꿀 한 말의 값은 목면 3필이지만 인정(人情)은 4필”이라고 상소했는데, 인정이 바로 방납업자들의 수수료였다. 배보다 큰 배꼽인 인정은 모두 농민들의 피땀이자 고혈이었다. 이러한 방납의 폐해에는 공납을 부과하는 관리와 방납업자의 결탁이 숨어 있었다. 정경유착인 셈이다.


이러한 공납의 폐해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간단했다. 부과 단위를 가호에서 토지 소유의 많고 적음으로 바꾸고 지방 특산물 대신 쌀로 통일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대동법이었다. 1559년 이율곡이 처음 이를 실시할 것을 건의하였으며 1608년 광해군 원년에 경기도에 한해 실시되었다. 조선시대 최대의 개혁이었던 대동법이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된 것은 숙종 2년 1677년에 와서였다. 처음 주장한 이래 100년이 넘게 걸린 것이다. 가진자, 즉 기득권층의 집요한 반대 때문이었다.


이처럼 기득권층의 양보를 얻어내 서민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개혁의 본질이다. 그런데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갯벌양식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과 ‘수산업법’ 개정은 다수 어민들의 것을 빼앗아 소수 대자본가에게 몰아주자는 것이어서 다수 어민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이 법의 핵심 내용은 지금까지 원칙적으로 금지돼왔던 갯벌의 임대차를 합법화 한다는 것이다. 이는 농업으로 치면 ‘경자유전의 원칙’을 파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다.


이 법을 발의한 국회의원 16명 가운데 11명이 개혁과 진보를 내세우고 있는 민주통합당 소속 의원들이어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수산양식업이 경제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지역의 지역구 소속 의원들이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지난 4년 동안 부자감세를 비롯 기득권층에 유리한 정책을 펴와 국민의 반발과 지탄을 받아왔다.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의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주도하여 이같은 법을 발의하고 추진한다니 과연 ‘2중대’란 말을 들을 만하다.


18대 국회 임기말의 어수선한 틈을 타 이 법이 통과되어 시행된다면 우리 지역 어촌공동체의 붕괴와 함께 서천군 경제에 치명적인 위협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군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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