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굿둑 해수유통 불가’는 새만금 때문
‘하굿둑 해수유통 불가’는 새만금 때문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2.02.13 11:45
  • 호수 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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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1일 나소열 군수는 금강 하굿둑 해수유통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년 동안 국토해양부가 용역을 실시하여 최근 발표한 ‘금강하구역 관리체계 구축 연구사업 결과보고’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며 해수유통이 될 때까지 이를 중앙정부에 요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용역 결과보고서를 보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수유통을 통해 기수역을 복원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외면한 채 당장의 농공용수 이용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열돼 있다. 하굿둑 상류 10km 지점에 수중보를 설치하여 바닥으로 깔리는 해수 역류를 막고 표층수 만으로 농공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철저히 외면했다. 배수갑문을 추가 설치하고 해수유통을 함으로써 기수역 복원과 수질개선을 도모하겠다는 서천군과 충남도의 주장을 전면 부정한 이러한 결과에 서천군의 대응은 지방분권의 지방자치체로서 당연한 조치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 용역의 배후에 토건족의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앞으로 금강하구 주변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사람들의 험난한 앞길이 예고되고 있다.
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서 토목건설업과 이와 관련된 업종의 비중이 10%를 넘어서면 위험하다고들 말한다. 서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이 범위를 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30% 안팎이라 한다. 그래서 건설경기가 죽으면 나라 전체 경기가 위축되어 경기를 살리려면 건설경기를 활성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러한 여론에 힘입어 끊임없이 어딘가에 불필요한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다. 4대강사업도 이의 연장선일 뿐이다. 또한 국가 정책 결정 구조에 토목건설업자들의 입김이 개입돼 이들이 추구하는 바대로 굵직한 정책이 결정된다. 이러한 구조를 지닌 국가를 ‘토건국가(State Construction Complex)’라고 부른다.
한국의 재벌들은 대부분 건설회사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이들의 힘은 사법부의 결정도 좌지우지한다. 천성산에서, 새만금에서, 그리고 군산복합화력발전소 판결에서 우리는 이를 확인했다. 이런 지경이니 정부의 고위 관료들도 이러한 의사결정 구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은 불문가지이다.
이번 국토해양부의 용역 결과는 금강하구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서해로 흐르는 모든 강 하구를 하굿둑으로 막아놓은 상태이다. 이미 시화호는 담수화 계획을 포기하고 조력발전소를 짓고 있으며 담수호가 목적인 화옹호 역시 담수화를 실행하지 못하고 해수유통을 하고 있다. 아산평택호와 서산간척지의 부남호, 간월호도 5급수로 전락해 농업용수로조차 사용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해있다. 금강하굿둑보다 10년 먼저 완공된 영산강하굿둑도 5급수로 전락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새만금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새만금호를 담수호로 만들고 간척지에는 ‘첨단명품복합산업단지’를 만든다며 떠벌이고 있다. 그러면서 한 해에 수천억원의 예산을 퍼붓고 있다. 서민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며 시행되는 막무가내 공사에 드는 돈은 고스란히 건설회사가 차지하고 있다. 공사후 결과가 좋고 나쁨에 이들은 관심이 없고 오직 이윤만 추구한다. 이러한 대형국책사업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토해양부가 금강하굿둑을 개방하여 해수유통을 하자고 한다면 같은 논리에서 영산강과 낙동강 하굿둑도 개방해야 하며 만경강과 동진강을 싸잡아 틀어막은 새만금방조제도 해수유통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토건족의 입장에서 보면 용역결과가 금강하굿둑을 개방하자고 나온다면 이는 ‘항복문서’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오늘도 강원도청에서는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강릉 주민들의 농성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제 명확해졌다. 사익 추구를 위해 서민들의 삶의 터전인 국토를 파괴하는 토건국가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금강하굿둑 해수유통을 가능하게 하려면 ‘탈토건’을 해야 한다. 이번 4.11 총선이 더없는 기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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