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의 맹모삼천지교(盲母三遷之敎)
서천의 맹모삼천지교(盲母三遷之敎)
  • 김정기
  • 승인 2003.01.30 00:00
  • 호수 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흔히 맹자 어머니를 가르켜 지혜롭고 훌륭한 어머니라고 한다. 그래서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란 말이 생겨났다.
매년 이 맘 때면 딸을 둔 서천읍 학부모들은 여중학교 배정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이 같은 부모의 관심은 자기가 원하지 않는 학교에 배정되었다고 땅을 치며 우는 아이가 있고, 이를 위로하는 친구가 있고, 심지어 일부 학부모의 경우엔 자녀에 대한 사랑을 주소 이전을 통해 전학을 보내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맹모(孟母)가 아닌 盲母의 三遷之敎가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같이 흐르자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교 추첨 문제로 되풀이되고 있는 잡음 해소와 학생수 감소에 따른 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간 통합 요구를 제기하고 있다.
사립과 공립은 통합은 상당히 많은 진통이 따른다. 둘중 어느 학교로 통합하는가 하는 문제가 그럴테고 또 교직원들의 문제도 만만치 않은 고민거리 일 것이다.
올해 해당 학교로 진학하는 여학생은 1백24명에 불과, 머지 않아 학생수 감소로 인한 본격적인 통합 주장은 다시 제기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통합 주장은 일정부분 설득력은 있으나 학부모들의 의식이 너무 획일화됐다는 데서 통합의 시기가 아직은 다소 이르다.
이의 이유로는 특정학교에 대한 무조건적인 편견과 학습 환경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학생들이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특정학교는 학생들의 생각과는 달리 상대 학교보다 오히려 과학고 등의 우수학교 진학률에서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맹모는 왜 처음부터 맹자를 서당이 있는 곳에 가서 키우지 않고 공동묘지가 있는 곳에서 살았을까? 그리고 다음에는 서당으로 직접 가지 않고 시장으로 이사했을까? 그녀는 진정 지혜로운 여인이었을까?
맹모가 3번씩이나 이사를 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맹자를 데리고 공동묘지에서 가난한자, 있는자를 떠나 누구나 사람은 다 죽는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고 생존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의 삶을 통해 어떻게 사는 것이 바로 사는 것인가를 가르쳤다.
아들에게 무조건 학문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인생을 가르쳐 참다운 인생의 길을 가도록 했기 때문이다.
지역의 학부모들은 서천읍의 두 여중이 맹모가 3번의 이사를 통해 찾아 다녔던 명실상부한 서당임을, 엄연한 교육기관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