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없어야 나라가 산다
서울대가 없어야 나라가 산다
  • 뉴스서천
  • 승인 2003.01.30 00:00
  • 호수 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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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상고 출신의 김대중 대통령이, 부산상고를 졸업한 노무현 후보가 서울법대출신의 이회창 후보를 이겼다고 해서 서울대의 위상에 흠집이 생긴 것은 아니다.
서울대 중심으로 형성된 학벌사회의 뿌리는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건재하다. 이번 대입시험에서 우리 서천지역 학생들이 서울대에 몇 명이나 합격했는지 궁금하다.
입시철이 되면 자녀 교육문제로 서천을 떠나야 될건지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많아질 것이다.
우리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이 지방에 남아서 열심히 공부한다면 서울 강남아이들을 제치고 과연 서울대 합격이라는 대박을 터트릴수 있을까.
한달 5백만원 ~1천만원 들여 유명 족집게 교사 밑에서 과외 수업을 받는 강남의 학생들과는 처음부터 아예 승산이 없는 게임이다. 한국의 중등교육은 국립 서울대 합격을 목표로 하는 입시 카지노판이 된지 오래다. 고등학교의 서열은 서울대 합격생 수로 결정된다.
서울대 합격하면 대박이고 못하면 쪽박 신세다.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꼭 합격해야 된다는게 상위권 학생들의 분위기다. 재작년인가 수능시험 3백90점을 얻고 명문사립대의 원하는 과에 합격했으나 서울대에 떨어져 자살한 학생이 있었다.
이 사건은 서울대 중심의 학벌사회가 만들어낸 우리사회 비극의 일 단면이다.
작년에는 과외수업에 시달린 초등학생이 ‘답답한 세상’이라고 비관하고 목숨을 버렸다.
철없고 순수한 어린이들이 과외공부에 지쳐 유서를 써놓고 자살하는 일은 이 지구상에서 한국 아니면 어디가 있겠는가.
교육 선진국에서 이런일이 벌어졌다면 문교부장관은 당장 탄핵소추를 받았을 것이다. 우리사회의 사교육비는 20조를 넘어 공교육은 이미 바닥을 쳤고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이상 입시 위주의 학습 노동에 시달려 국제적으로는 인권 침해 문제로까지 거론 되기도 했다. 교육 망국이라는 오늘이 암담한 현실 앞에서 위정자들은 교육 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개혁은 지방대학 육성도 중요하지만 국립서울대학교가 간판을 내려야한다. 서울대학은 국제경쟁에서 낙오된 상태이다. 서울대는 아시아권 50개 대학 중위에서 서열 16위에 머물고 미국수준에서 보면 중하위권 주립대학 수준이며 세계적 수준에서 평가하면 300위 정도로 자리매김 되었다 한다. 요즘은 면학분위기도 저조해져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IMF이후 공대생들조차 고시열풍에 싸여있고 강의도 지극히 요식행위로 전락했다고 한다. 국제적 수준에서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위상이지만 한국의 고질적인 학벌사회에서 서울대는 엄청난 기득권을 독점하고 있다. 서울대는 국가의 특혜를 받고 막대한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며 등록금도 사립대의 2/1이며 대입 선발 과정에서 전국의 인재들을 싹쓸이 하다싶이한다. 국립대학이라는 국가적 권위까지 부여받아, 처음부터 사립대학과는 경쟁의 상대가 아니다. 세계의 명문대는 하버드, 버클리 대학을 비롯해서 모두가 사립대학이다. 국립 서울대를 없애고, 사립간의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될 때, 한국에도 세계적인 명문 대학이 탄생할 것이다. 국가가 경영하는 공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없듯이, 국가의 특혜를 받고 있는 한, 서울대는 결코 세계적인 명문으로 성장할 수 없다. 이제 정부는 서울 대학에서 손을 떼야 한다. 국립 서울대를 민영화 하여 사립대로 전환시키던가, 아니면 지방자치단체의 소관으로 이전시켜, 지방대학의 육성체 일환으로, 보살피면 될 것이다. 아니면 서울대를 대학원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법도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국립 서울대학의 역할은 이미 끝이 났다. 우리 사회가 근대화 과정에서, 가난한 인재들을 국가가 도와주어, 급히 양성할 필요가 있었을 때, 서울대의 역할이 중요했던 것이다. 이제 21세기에는 국가의 혜택을 받는 거대한 국립 대학의 존속은, 오히려 대학간의 자유로운 경쟁을 가로막고, 한국 대학의 성장을 저해한다. 그 역기능은, 학벌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할 뿐이다. 서울대 개혁 없는 교육개혁은 허구이다. ‘국립 서울대가 없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말은 설득력이 있다. 차기 정부의 교육개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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