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 가자
달맞이 가자
  • 최현옥
  • 승인 2003.02.13 00:00
  • 호수 1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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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15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우리나라의 정월 대보름은 설날, 추석, 단오와 함께 우리 겨레가 즐겨온 큰 명절중의 하나이며 한해에 가장 먼저 찾아오는 보름을 더욱 소중히 여겨 대보름이라고 불렀다 한다.
요즘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됐지만 실제 우리네 대보름은 설에 버금가는 명절이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보면 이날은 온 집안에 등불을 켜 놓고 밤을 지샌다는 기록이 있다. 눈뜨면 부럼을 깨물고 더위를 팔았다. 약식이나 오곡밥에 복쌈이나 묵은 나물을 먹기도 한다. 나무 아홉짐을 나르고 아홉끼니를 먹었다. 마을단위로 줄다리기를 겨루며 풍요다산(豊饒多産)을 기원했다. 대보름 풍속의 압권은 쥐불놀이와 달집태우기 등 달맞이 놀이다.
또 정월 대보름에는 아침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 동네 사람을 만나는 대로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 대답하면 “내 더위 사가게” (내 더위) 하고 더위를 팔면 그 해 여름은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떠오르는 둥근 달을 바라보며 한 해 풍년 농사를 빌고 가족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대보름 달맞이는 역시 대보름의 백미(白眉)로 꼽힌다
우리지역에서도 계미년 새해를 맞이하여 대보름의 백미(白眉)를 즐길 수 있는 기벌포 대보름제가 다섯번 째로 열린다.
‘공동경비구역 JSA’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한산면 신성리 갈대밭에서 개최되는 기벌포 대보름제는 둥근 달의 포근함처럼 풍요로운 행사가 다양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저녁달이 동쪽에서 솟아오를 때 달맞이하며 횃불을 땅에 꽂고 두 손 모아 합장하여 제각기 기원을 하는 달맞이 등을 비롯해 장승제, 떡치기, 연날리기, 제기차기, 윷놀이, 달집태우기, 영화상영까지….
대보름 달빛은 어둠과 질병, 재액을 밀어내는 밝음의 상징이란다. 정월대보름날은 우리 민족의 밝음 사상을 반영한 명절로 ‘하나’임을 의미하는 다채로운 민속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밸런타인데이와 같은 국적불명의 서양풍속에는 나날이 익숙해져 가면서 우리 것은 잊고 살아가는 현실이 씁씁해져 갈 뿐이다.
조상의 뿌리와 민족문화의 흔적들을 우리 스스로 부정하는 것은 아닌지. 뿌리 없이 열매를 제대로 맺을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 풍속을 쫓는 우리 청소년들이 대보름날 가족들과 함께 떠오르는 달을 보며 한해를 설계해 보는 것도 아름다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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